주5일 글쓰기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하는 다짐이 있다. 어제 저지른 실수와 나태함은 잊고 오늘은 좀 ‘잘’ 살아보자는 각오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리셋 버튼을 누르듯 하루를 시작하지만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 망친 관계들은 아침에 한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심기를 건드린다. 지난밤 기분을 풀지 않고 잠이 든 아들은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등교 전까지 기분을 풀 생각이 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기껏 차려준 아침상에 앉아 밥알을 세는 공격에 이어 30초 만에 세안과 양치를 마치고 나오는 신공을 보인다.
분노를 겨우 누르고 아이와 함께 나선 등굣길에서 특별한 사건도 없이 반목하게 된 이웃과 불편함을 감춘 어색한 아침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오늘 하루도 쉽지 않겠구나.’
리셋 버튼을 눌렀다고 주문을 걸었건만 어제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오늘은 헬스를 하루 쉴까’부터 ‘8시와 10시 버스 중 뭘 타고 읍에 나갈까’, ‘책 읽기 대신 낮잠을 잘까’와 같이 비슷비슷한 고민을 이어간다.
많이 먹은 걸 후회하고 미루고 미루다 변변찮은 글 한 편을 겨우 쓰고, 책 읽다가 꾸벅꾸벅 조는 일은 오늘도 변함없이 벌어지고 말았다.
잠자리에 들면 보람찬 하루를 마쳤다는 후련함보다는 해야 할 일 목록에서 지우지 못한 과업들이 생각나 마음이 무겁다. 역시 인생에 리셋 버튼 따위는 없는 거다.
리셋은 못해도 리프레쉬(refresh)를 할 요량으로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매일 타는 버스 대신 지인의 출근길 스쿠터 뒷좌석을 얻어 타고 나섰다. 무서움을 극복하고 나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버스 창문을 통과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논밭 뷰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었다.
헬스장에 도착해 신나는 노래 대신 좋아하는 DJ의 새벽 방송을 다시 듣기로 재생해보았다. 저작권 문제로 소개되는 음악은 한 곡도 들을 수 없지만 차분한 진행자의 음성을 들으며 근력 운동을 하는데 의외로 합이 맞는다.
수영장으로 내려와 매일 가는 기초, 초급 레일을 벗어나 중급, 상급 레일에 몸을 들이밀어 본다. 느린 속도로 헤엄을 치다 뒷사람에게 추월을 당해도, 자꾸만 왼쪽으로 쏠리는 버릇 때문에 작은 충돌 사고가 발생했어도 마스터 반을 향한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은 변화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켰고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걸 꿈꿔왔다. 하지만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변화 같은 건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주어진 현실과 굳어버린 습관과 성격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 이 글을 쓰고 있다. 평소라면 이미 망친 하루를 자책하며 슬슬 성질을 부릴 시간이다.
책상 한 귀퉁이에 놓인 수첩에는 마치지 못한 할 일 목록이 적혀있다. 후회로 가득한 하루를 무력하게 마무리하고 내일 아침에 누를 리셋 버튼을 기다리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다.
그건 바로 글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다음 응모전 준비 일정을 짜보는 거다. 참, 리프레쉬를 도와줄 간식을 조금 곁들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