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글쓰기
출근 거리 도보 3분, 눈치 주는 직장 상사 없음. 주 5일 하루 근무 세 시간, 최저 시급 보장. 점심 및 간식 제공. 음악 들으며 근무 가능. 잡일 많음.
나에겐 꽤 괜찮은 근무 조건이다. 몇 주를 망설이다 일자리를 덥석 수락했다. 일단 돈은 벌고 보자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상사와 커피 한 잔 마시고 9시 30분 근무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작성하는 업무를 마치고 눈에 띄는 잡일 몇 개를 하고 셀프 퇴근을 마쳤다. 첫날이라 어려울 일이 없었다. 매우 뿌듯했다.
후딱 점심을 먹고 노트북을 켰다. 돈 번다고 글쓰기를 쉴 수는 없는 일이다. 오랜만의 임금 노동을 마친 기분을 적기로 했다.
알바몬 들어가 나이, 시간대 등 나의 조건에 ‘맞춤’ 정렬된 일자리를 검색하는 것이 요즘 주요 일과였다. 직무와 시간대가 맞아 두어 번 지원 버튼을 눌렀으나 연락이 없었다. 아무리 단순한 직종이라도 내가 가진 조건이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울한 며칠을 보내고 ‘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 체면치레는 뒤로하고 일자리 제안을 수락했다.
어딘가에 고용이 되어 정식으로 ‘임금’을 받고 한 마지막 노동이 뭐였더라. 기억하기로 4년 전 겨울, 미 취학생과 초등 저학년을 상대로 한 영어 수업 두 개를 한 달 동안 한 게 마지막이다. 당시에도 오랜 기간 쉬다가 누군가의 소개로 시작한 일이었다.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고 또 많이 떨었었다. 수업을 마치고 꽤 뿌듯했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코로나에 문화 센터 내부사정이 겹치며 임금 노동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몇 개월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약 4년이 흘렀다. 마스크를 쓰고 온라인 개학과 함께 아이와 집안에서 부대끼느라, 책 읽고 글 쓴다는 핑계로, 농촌으로 유학을 와 본격적으로 놀아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임금 노동은 또다시 나의 삶에서 멀어져갔다.
글을 써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야무진 꿈이 허무맹랑한 꿈이었다는 걸 깨닫고 무엇이 되었든 ‘일’을 하면서 읽고 쓰는 활동을 취미로 삼고 싶었다. 읍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살면서 읍내의 일자리를 노렸다. 그것마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찾기 힘들었다.
인복이라면 인복인가. 나를 무조건 믿어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가끔은 그래서 부담스러운) 지인으로부터 일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나를 동정하는 건가 싶었다. 여러 번 마음을 바꾼 후에 결국 제안을 수락했다.
온갖 고상한 이유를 떠나 내 힘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 하루 세 시간, 단순 노동으로 자아를 찾겠다는 것도, 일을 야무지게 배우고 능력을 발휘해 전일제 일자리로 고용이 되겠다는 야심도 없다.
그저 내 몸을 써서 시간을 채워 얼마의 돈을 벌고 싶다. 그 돈으로 책도 사고, 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고 싶다. 누군가의 경제적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생활의 즐거움을 영위하고 싶다.
기본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일자리를 찾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무해한 일을 하면서 국가에서 최저로 보장한 금액을 받으며 삶을 꾸려가고 싶다.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