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금요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목요일 저녁, 오랜만에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로 '프랜차이즈 제과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딱 2주째다.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오늘도 근무하는 다섯 시간 동안 많은 구박(지적)을 받았다. 한 달 후엔, 좀 나아지려나?
아무튼 일을 시작하고 나서 일상이 제법 규칙적으로 흘러간다. 알람이 울리는 건 5시 40분이지만 보통 한 시간 전에는 눈을 떠 중간 중간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다 알람을 끄고 5시 50분 즈음 자리에서 일어난다. 출근하고 처음 며칠 불면증으로 고생했는데, 요즘엔 통잠을 잔다. 뭐, 나름 일에 익숙해진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머리맡의 스탠드를 켜고 주방으로 나가 어젯밤 준비해둔 간단한 아침밥을 전자렌지에 1분 데운다. 1분 만에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른 후 아침을 먹는다. 출근하자마자 약간의 육체 노동을 하기때문에 연료를 넣듯 빼먹지 않는 루틴이다.
밥을 먹고 나면 양치를 하고 역시 어젯밤 개어놓은 옷을 입고 선크림과 립스틱을 바르면 출근 준비는 끝난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여섯시 15분쯤 되는데 쇼파에 앉아 조금 쉬다 딱 30분에 집을 나선다.
빵집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주차를 하고 보통 10분 정도 먼저 도착해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노동을 시작한다.
12시 근무를 마치면 곧장 집으로 향한다.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해 20분간 집안일을 한다는 저자의 글을 읽었다. 보다 나은 휴식을 위한 습관이라는데 공감이 가서 실천을 하고 있다. 점심으로 먹을 오트밀을 데우고 후딱 식사를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 설거지, 청소기 돌리기, 집안 정리를 하는 데 대략 20~30분 가량을 쓴다. 이렇게 하면 곧장 드러눕거나 밀린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이후에 훨씬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보통 '나는 솔로'를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아이가 도착하면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식탁 앞에 앉는다. 그날 받은 지적 사항을 복기하고 업무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서이다. 흠, 일머리 좋고 알바 경험이 풍부한 MZ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
보통 오후에는 라디오를 들으며 일과를 보내는데 두 시부터 여덟 시까지 제제가 진행하는 '두시의 데이트', '4시엔 윤도현입니다', '배철수의 음악 캠프'를 아이와 함께 연달아 듣는다. 아이와 나 둘 다 모든 광고의 CM송과 멘트까지 줄줄이 암기할 정도로 줄줄이 꿰고 있다.
네 시엔 밥하는 일과가 시작된다. 내일 아침과 오늘 저녁, 두 끼를 준비하며 한 시간 넘게 주방에서 종종 거린다. 주말에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요리책을 보며 일주일의 식단을 짜고 한꺼번에 장을 봐오기 때문에 주중에는 슈퍼에 가거나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 편하다.
주방일을 마치면 저녁을 먹기 전에 잠깐 시간이 남는데 보통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본다. 가끔 동네 친구를 만나서 차를 마시고 올 때도 있다. 저녁을 먹고 정리를 마치면 샤워를 하고 머리를 꼼꼼히 말린다. 아침에 준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아이가 숙제와 독서를 하는 동안은 나도 책을 읽는다. 피곤해서인지 책을 읽다 꾸벅꾸벅 조는 일도 있지만 짧은 독서는 아쉬움보다 늘 즐거움이 크다.
숙제 점검(?)이 끝나면 대충 하루 일과도 마무리 된다. 잠들기 전 집안 정리를 하고 열시가 조금 넘으면 자리에 누워 책을 읽다 잠을 청한다. 몸을 쓰며 일을 해서인지 어렵지않게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알람이 울리면 다시 비슷한 하루가 반복된다. 이렇게 다섯 번만 하면, 드디어 꿀맛같은 금요일 오후를 맞이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주부턴 퇴근 후에 도서관과 수영장 다니기를 번갈아 가며 해보려 한다. 물론 부담이 가지않는 선에서 일단 일주일에 딱 두 번만. 음. 화요일은 도서관에 금요일은 수영장에 들러봐야겠다. 화요일 수영장, 금요일 도서관도 괜찮고.
3주차, 한 달, 세 달, 6개월 차. 나의 일상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근데, 과연 그렇게 오래(?) 근무할 수 있긴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