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하면서 좀 힘들었다.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 건가?”, “이곳에 내가 어울리나?”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지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손이 야물지 못하고 느리다는 자책을 반복했다. 빵을 자르고 크림을 채워 넣으며 식은 빵을 비닐에 포장하는 등, 하는 일의 대부분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작업이다. 오늘따라 내 손이 닿은 완성품은 어딘지 볼품없고 부족해 보였고 좀처럼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물며 실수라도 하면, 괴로움은 더욱 커졌다. 깜빡깜빡하는 버릇에다 일이 겹치면 당황하며 허둥대는 편이라 겉으로도 티가 나는지 동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가 많은데, 그마저도 나의 부족함을 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그만두며 이번 주부터 새로운 파트너와 오픈조로 근무를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친구는 갓 스무 살부터 4년간 이 매장에서 일한 베테랑으로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6월까지만 일할 예정이다.
근무 경력이 많아서인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첫날부터 (나와 달리)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봐도 센스있고 그의 손길이 닿은 빵은 때깔이 다르다.
역시 어리고 일머리가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곳이라는 확신이 들며, 나이도 많은데다 손도 야무지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그나마 나의 장점이라면 성실함과 책임감 정도겠다. 함께 근무한 두 명의 파트너와 달리 하루도 지각한 적 없으며, 근무 시간 내내 정말 요령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한다. 이런 좋은 덕목마저 미련함이나 답답함으로 표현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요즘은 정말인지 자신에 대한 확신이 바닥을 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돌아보니, 그간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스스로 잘하고 있다 느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일터에서 크고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필요한 것 이상으로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편이었다.
어쩌다 칭찬이나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거나, 별것 아니라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는 다시 자신을 다그치곤 했다. 아무도 모르는 마음고생을 혼자 하다 결국엔 백기를 드는, 그러니까 퇴사를 선언하는 결론은 꽤 익숙한 시나리오이다.
마흔이 넘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다니, 글을 쓰면 쓸수록 착잡해진다.
당장은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뭐 계기가 있어야 말이지. 혼자서 끙끙 앓다가 ‘역시 이곳과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멀쩡히 잘 다니는 직장을 때려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더욱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더라도 거기서는 이러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누군가에게 ‘손이 느린 편이네요.’ 라든지, ‘실수를 좀 줄여보세요.’와 같은 피드백을 받는다면 역시 내 생각이 맞았던 거라며 속이라도 시원할지 모르겠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자기 확신이 없으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충분한 관심과 칭찬을 받지 못해서?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당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서?
아. 정말 지겹다. 스스로를 탓하며 밤잠을 설치게 될 오십, 육십이 넘은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정말인지 지겹고도 절망스럽다.
사실, 오늘 나는 아주 잘했다. 집에서 일찌감치 출발한 덕에 때아닌 교통 혼잡으로 동료가 지각을 하는 와중에 십 분이나 먼저 도착해 근무를 시작했다.
어떤 손님에게도 컴플레인을 받지 않았고 누가 지적하기 전에 계산 실수를 찾아내 정정한 일도 있었다. 평소보다 빵이 늦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퇴근 전까지 혼자서 모든 빵의 전처리와 포장을 마쳤다. 오늘 오후와 내일 오전 예약된 케익들을 모두 포장하고 메모도 꼼꼼히 붙여놓았다. 퇴근길에는 매장 안의 재활용품을 들고나서는 센스도 발휘했다.
진작에 이렇게 생각하면 좋았을 것을. 자의든, 타의든 그만두는 날까지 자책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은 그만하고 싶다.
누가 뭐라건(앞서 말했지만 뭐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나는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성실하고 정직하며 책임감 있는 직원이다. 성실과 정직, 책임감은 빠른 손, 일센스에 못지않은 미덕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이제 자신을 그만 의심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