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터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대충 헤아려보니 아무리 적어도 70~80명이 넘는다. 오늘도 출근해 이른 아침부터 많은 손님을 상대했다. 그중에서 꽤 많은 경우가 얼굴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 즉 단골손님들이다.
제과점에서 오픈조로 일하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세상에는 출근길에 허기를 달래러 빵집에 들르는 사람이 매우 많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그중 많은 수가 매일, 똑같은 빵을 먹는다는 것이다.
빵집에 일하기 전 손님일 때를 떠올려보면 나는 허기를 급하게 달래기 위하기보단 나중에 먹을 일을 기약하며 빵집에 들어서는 편이었다. 좋아하는 빵이 있었지만 항상 같은 빵을 고르기보다는 매장을 돌며 그때그때 구미에 당기는 걸 쟁반에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그런 나에게 매번 일정한 시간에 빵집에 들어와 똑같은 빵을 사는 손님들이 신기하게 보였다. 방금 구워져 나온 다양한 빵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어도 어떤 손님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어제도, 그제도 먹은 동일한 빵만 집어 들고 나를 향해 걸어온다.
언제부턴가 동료들과 나는 그런 단골들에게 애칭을 지어주기 시작했다. 애칭은 주로 그들이 구입하는 빵의 이름과 연령을 추정하여 혼합해 짓거나(“단팥앙금 사장님”, “미니버거 총각”,“바게뜨 아저씨”,“인생 소보루 유학생” 등) 닮은 꼴이나 고유한 특성을 담아 정한다(“봉준호 감독님”, “파바 3대 미녀” 등).
건널목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 형태만 보고도, 갓길에 들어서는 회색 세단만으로도 나는 그들의 존재를 알아챈다. 그 후엔 빠르게 매장을 스캔해 그들이 좋아하는 빵이 매대에 준비되어있는지 확인하고, 아직 선반에 대기 중이면 재빨리 봉투에 담아 준비해 둔다. 손님이 최대한 신속하게 원하는 걸 얻어 매장을 떠나게 하기 위해서다.
워낙 성격이 소심하기도 하고 출근길 여유가 없을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까, 스몰톡을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사실 나는 어떤 손님들이 몹시도 궁금하다.
매일 단팥빵과 소보루완두앙금 빵에 500ml 우유를 사 먹는 손님이 있다. 매일 아침 그 달디단 빵을 먹는데도 그 손님은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인 걸까?
방문할 때마다 오븐에서 갓 나온 바게트 빵을 모두 쓸어가는 그 손님은 도대체 그 빵을 들고 어디로 향하는 걸까?
근방에서 배달을 하는 기사님 한 분은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12시 즈음 이렇게 두 번 매장에 들러 각각 소보루빵과 에그타르트를 계산한 후 조끼 주머니에 담아간다. 그게 기사님의 아침과 점심 식사인건가?
가끔 예기치 않게 단골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있다.
얼마 전 파마를 하고 출근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평소보다 컬이 세게 나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흠칫 놀랄 정도였다. 어색한 머리를 모자 속에 구겨 넣고 평소처럼 단골손님을 맞았다. 어제와 같은 빵을 손에 든 손님이 나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은 바로 “머리하셨어요?”였다.
내일도 단골손님들은 어김없이 매장을 찾을 것이다. 가끔 매일 보이던 이들이 보이지 않으면 궁금한 마음이 든다. 다른 가게에 가기 시작한 걸까?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했나? 우리가 뭐 서운하게 한 거 있나?
꽤 오랜만에 다시 방문하기 시작한 고객을 보면 반가운 마음에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지만, 그 마음을 꾹꾹 누르고 평소처럼 해야 할 말만 한다. “안녕하세요, 종이봉투에 담아드릴까요?”
제과점에서 근무를 하며 손님으로 매장을 찾을 때 사장님과 직원들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관찰하게 된다. ‘오늘 저 커피를 몇 잔째 만들고 있을까?’, ‘저렇게 구석구석 먼지를 닦다니 가가게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이 느껴지는군.’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찾는 가게엔 어쩐지 ‘좋은’ 단골손님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손님 입장에서도 그럴듯한 말을 거는 재주는 없으니 그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꼬박하고 바빠 보일 땐 가급적 만들기 간단한 메뉴를 고르는 정도다.
언제 들러도 좋을 단골 가게가 있다는 건 꽤 좋은 일 같다. 내가 일하는 제과점이 누군가에게는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