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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만 Dec 30. 2018

따따불 복리식 적금통장

아이가 주는 원금과 이자를 받아먹고 산다.

'아이고, 손 좀 봐~ 엄청 차가워졌네~ 추웠지?  호~~~~ 오'



문장만 보면 할머니가 손자에게 하는 말인가 싶을 것 같다. 10살 원이가 집에 들어오는 나에게 한 말이었다.


오늘은 최강 한파라는 날씨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위해 간식거리를 준비해놓는데, 오늘따라 간식을 미리 준비 못했다. 뭐가 먹고 싶냐는 내 물음에 원이는 명*핫도그집의 모짜렐라 핫도그가 먹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먹을 핫도그와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장을 보고, 핫도그를 사서 집에 돌아오는 길은 지독히도 추웠다. 동네만큼 커다란 냉동고 속에서 장을 보고 온 듯했다. 볼 일을 다 본 후, 집에 돌아오니 현관문을 열자마자 10살 사람이 나에게 얼른 달려들어 장바구니와 핫도그를 빼앗듯이 낚아채서 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더니,


"아이고, 손 좀 봐~ 엄청 차가워졌네~ 추웠지?  호~~~~ 오"


하며, 입김을 불어가며 내 손을 녹여주었다.

주인 앞에 배를 드러내고 모든 걸 내맡기며 헥헥거리는 반려견처럼, 아이에게 손을 맡기고 잠시 서있었다. 신발은 여전히 신은 채로. 내 손 문에 아이 손까지 차가워질까 봐 얼른 손을 빼야 했다. 슬며시 손을 빼고는 키를 낮춰 아이를 꼭 안았다.


"원이야~ 원이 덕분에 엄마 손이 순식간에 다 녹았어~ 너무 고마워"


아이는 아 차가운 것 같은 내 손이 못내 마음이 걸렸는지 다시 확인한다. 진짜 손 따뜻해진 거 맞냐면서,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데 자기가 핫도그 먹고 싶어 해서 엄마를 추운 곳에 내보낸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까지 했다.


아이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그 마음 덕분에 내 코끝이 고추냉이를 먹은 듯했다. 원래 이렇게 사소한 것에 감동받고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손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마음의 온도는 47도쯤 되는 듯했다.


아이에게 사랑을 주면서 키웠다고 해도, 내가 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아이에게 받으며 살고 있다. 어느 은행에서도 이런 이자계산법은 없다. 이미 통장엔 원금도 없는데 이자가 계속 붙는다.



*그림 설명: 존 클라센의 그림책을 따라 그린 원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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