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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사랑인 이유

by 딱하루만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말문을 터라' EBS 다큐프라임 영상


아이의 교육 때문에 찾아봤던 EBS 다큐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폐막 기자회견장 모습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질문권을 한국기자에게 주겠다는 말에 우리나라 기자는 선뜻 나서지 않았다. 보는 내가 창피하기도 했고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했던 장면이다.

따뜻했던 오바마의 배려가 한국 기자들에겐 두렵고 무거웠나 보다. 결국 질문권은 중국기자에게 넘어갔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말문을 터라' EBS 다큐프라임 영상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서도 질문이 없는 교실을 보여주며 묻지 못하는 한국인이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조목조목 찾아갔던 다큐다. 제시하는 근거 하나하나가 전부 맞다.

하지만 슬그머니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수업 끝나갈 때쯤 교수가 묻는다.

질문 있어요?

이걸 바꿔보면 어떨까?


질문 의도가 수업을 끝내기 위해 형식상 묻는 게 아니라면

질문을 통해 학생과 소통하기 바란다면

질문이 있는지 없는지만 궁금한 게 아니라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어요?
어느 부분이 궁금해요?
뭐든 물어봐도 괜찮아요

라고 해준다면 듣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 물어볼 용기라도 내지 않을까?

원래 우린 질문이 많았다. 아기들을 보면 하루종일 묻는다.'엄마, 왜?' '저건 뭐야?' 라며 하루 종일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침을 뚝뚝 흘리며 세상을 알고 싶어 했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아기였고, 그 아기들은 궁금한 게 많았고, 늘 질문했었다.




질문 있어요?라고 물으면 우리 뇌에선 우선 질문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토한 후, 질문이 딱 하나 있다 해도 선뜻 입을 떼지 못하는 스무 가지의 이유에 파묻힌다. 아무리 힘센 사람도 혼자서 20명을 이길 수 없는 것과 동일하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될까? 이 질문을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좀 더 세련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질문은 없나? 내가 이 질문을 하면 수업에 방해되지 않나? 등 수많은 잡생각에 일일이 답을 하다 보면 머리 속은 복잡해지기만 하고 결국 질문 근육은 위축된다.


말로 사람의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질문하는 방식을 고민해주면 좋겠다. 공부는 잘 해서 G20 폐막 기자회견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질문 못 하는 한국 기자를 만든 건 누구일까?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말문을 터라' EBS 다큐프라임 영상


조용히 해! 떠들지 마, 그런 걸 왜 묻냐? 시키는 대로 해!
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아닐까?

어느 단체, 성별, 나이, 사회적 위치를 막론하고 누구나 그런 말은 한두 번쯤 혹은 그 이상 했을 거다. 결국 우리 모두 해당된다. 너도 나도 질문 근육이 위축되어 있다면 서로 도와줄 수밖에.


그 방법은 질문 못하는 나와 너를 인정하는 거다. 인정하고 나면 그다음 단계가 보인다. 물어봐도 되는 분위기를 서로 만들어가는 거다.


물어보는 사람을 째려보기보단 바라봐주고,

귀찮게 여기기보단 진심으로 들어주고,

물어보는 건 창피한 게 아니라는 걸 마음으로 전해주면 어떨까?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분명 그 안에서 네가 있으니 내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 궁금해하는 너를 기다릴 수 있고, 싸함 대신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헬스장에 가면 근육량과 지방량을 체크한다. 근육이 흐물대는 사람에겐 적은 하중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뇌의 질문 근육량을 늘리려면 그 힘에 맞는 무게로 물어보면 된다. 그래서 고심한다. 엄마라는 위치는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라서.



숙제했니? 일기는 썼어? 손은 씻었고? 따위는 질문이 아니라 일정 체크다.

아이에게 스케줄 매니저의 탈을 쓴 사장 역할은 안 하고 싶다. 그래서 질문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눈을 보며 마음을 건넨다.

왔어! 울 아들 아구 고생 많았어~
지금 기분은 어때?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 있었어?

오늘도 아이와 묻고 답하고 말하며 마음을 나눈다. 아이와 얘기하며 느낀 건, 관심이 있으면 질문을 하게 된다는 거다. 관심. 진짜 그 사람에 대한 관심. 관심이 있으면 묻게 된다. 궁금하니까.


오지랖이 묻은 질문은 간섭이고, 자신의 사고방식이 덕지덕지 칠해진 물음은 참견이라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심문 같은 질문 또한 고문이다.


진짜만 묻고 싶다.

상대가 원하고 허락하는 만큼만 묻고 싶다. 진심으로 그 사람 '마음'에 관심이 생겨서 묻는 물음은 상대방을 행복하게 한다. 그 물음은 곧 사랑이기도 하다. 생각정리스킬의 저자 복주환은 사랑이 바로 질문의 근원이라고 했다.


'엄마, 엄마가 물어봐주는 게 참 좋아~ '

'왜?'

'배 속이 따뜻해지고, 얘기하고 싶은 걸 얘기하게 돼. '


12살 사람도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아이의 질문에 나도 성장하는 기분이다.


준수(가명)가 책보며 따라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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