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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하루만 Sep 18. 2018

조퇴해도 안 죽는다

    

담임교사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가 조퇴를 하겠다는데 집에 있냐고 딱딱하게 묻는다. 10여분 뒤에 아이가 집에 왔다.


등교하기 전, 아이의 눈꼬리는 바닥을 향해 있고, 책가방을 멘 어깨는 무겁게 쳐졌다. 신발도 한번에 신지 못했다. 가래가 그득 낀 기침을 여러 번 하는 아이에게 얘기. 안가도 된다고.
 
아픈데도 기어코 학교에 가야 한다, 안 가면 선생님한테 혼난다고 금 눈물이 고인 아이를 꼭 안고 또 얘기했다.     


지금은 가는 게 너 마음이 편한 거니까 우선은 가고
 
힘들면 집에 와도 된다고
 억지로 참지 않아도 된다고
수업할 수 있으면 해보고 정 못하겠으면
언제든 와서 쉬어도 된다고 걱정 말라고

  

내가 국민학교(1980년대는 명칭이 국민학교였다) 때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아이에게 했다.

이유는 하나다. 쉬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무뎌진 칼을 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도 아프면 쉬고 못하겠으면 포기도 할 줄 알고, 버티는 힘만큼이나 잘 쉬는 요령도 필요하다는 걸 알기 바랐다.     


난 열이 40도가 돼도 학교에 갔고, 목이 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딱딱한 의자에 앉아 버텨야만 했다. 그 덕에 개근상은 당연히 받는 종이다.


그 습관은 계속 이어졌다. 사회생활하면서 쉴 줄을 몰라 매번 쓰러질 때까지 일하고 공부하고 또 일했다. 버티다 튕겨지고 끊어지는 고무줄처럼, 아슬아슬하게 살았다.


내 아이는 나처럼 무식하게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 딱 그거 하나였다. 열심히 할 땐 하고, 쉬고 노는 것도 잘 하길 바란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어차피 노는 것도 인생 총량의 법칙이 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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