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피곤할 때 하는 게임

by 딱하루만

여행 중에도 피곤해진다. 어쩌면 여행이 더 지칠 수 있다. 오죽하면 덴마크에서 렌트카를 이용한 km수만 봐도 한국사람이라는 걸 안다고 할까. 일주일에 3700km를 운전하는 사람은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게임과 아이의 과학적 함수' 김경일 교수 강의내용 중)


렌트카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우엔 많이 걷게 된다. 낮에 실컷 돌아다니고 해가 질 무렵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상대성이론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아침에 가볍게 걸었던 길인데, 저녁땐 왜 그리 멀어보이던지.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메고 있는 가방엔 돌이 들어있는 듯하다.


이 때, 서로 예민해지니 말 한마디에도 신경이 송곳처럼 된다. 그렇다고 아무말 없이 가기도 힘들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힘들어서 울먹거리는 일도 생기니까. 초등학교의 수업시간처럼 입다물고 각자 자기 갈길만 걷기엔 공기마저 서걱거린다.


남편의 미간엔 주름이 패이고, 입꼬리는 중력에 가장 취약한 부분일까? 입이 n자가 됐다. 업어달라는 딸 아이 말을 차갑게 내팽겨친다.

'싫어! 나도 힘들어.'

딸아이는 그 말에 속상했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주먹을 꼭 쥐고 그 자리에 섰다. 순간 가족 모두가 얼음게임을 하듯 멈췄다. 원이는 뽀료통해있고, 남편은 씩씩거렸다. 준수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서로 황당하다는 눈빛교환을 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 중이었다. 1분쯤 지났을까. 준수가 제안했다.


'우리 게임하면서 갈까?' 라는 말에 원이는 얼굴이 곧바로 펴졌다.

'어떤거?'

준수가 제안한 게임은 뒷꿈치로 걷기였다. 발가락을 땅에 대면 지는 게임이다. 그 게임을 하며 10m쯤 걸어보니 신나는 모양이다. 방금 전 아빠때문에 나빴던 기분은 발 뒤꿈치로 꾹꾹 눌러버렸나보다.

이젠 원이가 다른 게임을 제안한다. 그 다음은 준수가, 그 다음은 내가, 마지막으로 남편도 같이 게임을 하며 숙소까지 무사히 걸으며 들어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1km 길 위에서 했던 '별 것 아닌 게임들'. 혹시나 우리처럼 여행 중에 만난 피곤함을 깨고 웃으며 숙소로 들어가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1. 걷기게임- 걸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는데, 걷기 힘들다는 생각이 차고 넘칠 때 유용한 게임. 이걸 하다보면 어느새 100m쯤은 훌쩍 건너 뛴 느낌이 든다.

* 한 발로 뛰어가기
* 까만색 보도블럭만 밟고 가기(또는 하얀색 실선만 밟으며 가기- 걷고 있는 보도블럭에 따라 방법을 달리 하면 된다)
* 뒤꿈치로만 걷기


2. 한사람씩 업어주기-처음부터 업자고 하면 너무 힘드니까 1번 게임으로 가볍게 몸풀고, 얼굴도 펴진 상태라면 스킨쉽 유도 차원에서 해볼만 하다. 거리와 업는 시간은 가족에 맞게 정하면 된다.

예) 12살 준수가 아빠를 업기는 힘드니까, 준수차례가 되면 아빠를 업고 한발짝만 가기. 아빠가 준수를 업을 차례가 되면 10 발자국 가기.


3. 칭찬 게임

가위바위보를 한 후 한 사람을 정한다. 돌아가면서 그 사람을 칭찬하는거다. 단 딱 한가지씩만.(딱 하나라고 정해놓으면 머리 속에서 칭찬할 거리가 2개, 3개 더 많아진다. 결국 한바퀴 돌고 나면 또 칭찬할 말이 생각나서 두번째 바퀴가 저절로 돌아간다).

1번으로 얼굴 풀고, 2번으로 무겁게 스킨쉽을 하다 보면 숙소까지 거리가 얼마 안 남는다. 10여 m정도 남은 거리는 칭찬게임으로 마무리한다. 3번게임 덕에 숙소에 도착해서 웃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생각보다 꽤 훈훈해지니까.


'피곤하다는 생각'에 먹이를 주지 말고, 다른 쪽에 촛점을 맞추면 피곤하다는 생각은 점점 시들어진다. 그저 그건 생각으로 남기거나, 빼기한다. 몸이 피곤한 건 숙소에 들어가서 자면 해결되는 거니까. 생각과 몸을 굳이 한데 묶어서 안그래도 지친 몸을 더 피곤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p30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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