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인생이나 신경 써야겠다
사춘기 두 아이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길엔 왠지 모를 그리움이...
'기'가 셋이 모였다. 사춘'기' 둘 그리고 갱년'기'
4학년 여자아이 6학년 남자아이 그리고 40대 중반 여자.
내가 갱년기인 건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생리대를 구매할 땐 중형조차 별 필요가 없어졌고, 퍼즐처럼 딱딱 맞던 월경 날짜가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것 정도다.
그런데 두 아이는 사춘기가 분명하다.
틴트에 관심을 보이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다가 샤워하고 나와서 블랙핑크의 노랠 흥얼거린다. 옷도 안 입고 거실을 돌아다닌다. 춤추는 것 같다. 분명 작년과 다른 아이다.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남자아이도 사춘기가 확실하다.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뒤집힌 팬티를 세탁망에 넣어달라고 '부탁'(분명 부탁을 했다) 해도 한 톤 낮은음으로 '어'를 한다. 그리곤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랴. 대답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이 남자아이도 분명 작년과 다른 아이다.
학교 다녀오면 나에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어 안달 난 눈빛으로 서로 내가 먼저 엄마한테 얘기하겠다며 투닥거렸다. 작년엔!
음.. 딱 작년이었다.
물론 지금도 둘이 투닥투닥한다.
자기가 먼저 게임을 하겠다고. 갤탭 하나를 사이에 두고 틴트 바른 입과 낮은 톤의 '어'를 내는 입이 서로를 향해 있다. 그 사이에 나는 없다.
작년만 해도 저 탭 자리가 나였는데.. 흠.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제 슬슬 나는 내 갑상선이나 관리해야 할 시기가 온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