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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하루만 Aug 13. 2019

나는 내 인생이나 신경 써야겠다

사춘기 두 아이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길엔 왠지 모를 그리움이...

'기'가 셋이 모였다. 사춘'기' 둘 그리고 갱년'기'

4학년 여자아이 6학년 남자아이 그리고 40대 중반 여자.

내가 갱년기인 건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생리대를 구매할 땐 중형조차 별 필요가 없어졌고, 퍼즐처럼 딱딱 맞던 월경 날짜가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것 정도다.


그런데 두 아이는 사춘기가 분명하다.

틴트에 관심을 보이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다가 샤워하고 나와서 블핑크의 노랠 흥얼거린다. 옷도 안 입고 거실을 돌아다닌다. 춤추는 것 같다. 분명 작년과 다른 아이다.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남자아이도 사춘기가 확실하다.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뒤집힌 팬티를 세탁망에 넣어달라고 '부탁'(분명 부탁을 했다) 해도 한 톤 낮은음으로 '어'를 한다. 그리곤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랴. 대답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이 남자아이도 분명 작년과 다른 아이다.


학교 다녀오면 나에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어 안달 난 눈빛으로 서로 내가 먼저 엄마한테 얘기하겠다며 투닥거렸다. 작년엔!

음..  작년이었다.


물론 지금도 둘이 투닥투닥한다.

자기가 먼저 게임을 하겠다고. 갤탭 하나를 사이에 두고 틴트 바른 입과 낮은 톤의 '어'를 내는 입이 서로를 향해 있다. 그 사이에 나는 없다.

작년만 해도 저 탭 자리가 나였는데.. 흠.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제 슬슬 나는 내 갑상선이나 관리해야 할 시기가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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