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ZI, 〈어떤 미래〉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종종 닫힌 문 앞에 선다.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사건들이 그렇다. 그러나 닫혔다고 해서 쉽게 그 앞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문은 분명 한 때는 열린 채 자유롭게 오가던 곳이었기에 더욱 떠날 수 없을 때가 많다. 오늘 소개할 노래의 화자도 그렇다. 문앞이 닳고 닳아버릴 때까지 꼼짝도 못한 채 닫힌 문 앞에서 수많은 가정을 반복하는 슬픈 얼굴의 소년. 더는 어떤 미래도 가능하지 않은 것만 같은 순간에도 〈어떤 미래〉를 찾고 있는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WOOZI, 〈어떤 미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이 모든 게 난 다 꿈일 거라고
눈을 다시 감고 떴을 땐
안심하며 깰 아침이길 바랬어
어긋나 버린 우리 미래의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거칠기보단 따뜻하게 널
부르며 보내줄 수 있을까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단
작은 실 끝 하나를 붙잡고
발버둥 치던 날 놔버린 널
보기 싫은데도 보고 싶어
미운데도 그리워하는
나도 날 알 수가 없더라
어긋나 버린 우리 미래의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거칠기보단 따뜻하게 널
부르며 보내줄 수 있을까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단
작은 실 끝 하나를 붙잡고
발버둥 치던 날 놔버린 널
보기 싫은데도 보고 싶어
미운데도 그리워하는
나도 날 알 수가 없더라
아직은 이러한 기다림이
견디기 쉽지 않지만
어느새 잊어버리곤
아무렇지 않을 거란
우리 미래가
허무하고 더
슬프기만 해
너를 잊고 싶은 게 아닌데
오고 가는 마음이 하나 둘
쌓이며 행복했던 우리
이젠 함께 있지 않는 널
보기 싫은데도 보고 싶어
미운데도 그리워하는
나도 날 알 수가 없더라
우리에게 과연
어떤 미래가
올바른 건지
하늘이 답을 주지 않아서
혹은 내가 참 멍청해서
도저히 알 수가 없더라
화자, '그'는 끊임없이 가정하며 어떤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곧 모든 결말이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가능성이 소거된 세계의 주민이다. "이 모든 게 난 다 꿈일 거라고" 믿고 싶지만, 눈 뜬 아침에 당신은 없다. 그는 혼자 남겨졌다. "오고 가는 마음이 하나둘 쌓이며 행복했던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고, "이젠 함께 있지 않은" 당신을 "미운데도 그리워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그에게 놓인 미래는 앞으로 혼자 버텨가야 할 삶들인데도, 그는 자꾸만 지금을 미래로 삼고, 헤어졌던 그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긋나 버린 우리 미래의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닫힌 문을 다시 열고 다른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는 슬픔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거슬러 보았자 도착하는 미래는 결국 보내주는 것이고, 조금 다른 것이라면 "따뜻하게" 부르며 보내주는 일뿐임에도 이 슬픔은 도무지 그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발버둥 치던" 그를 놓아버린 너. 작별이 이런 모양새였다면 그에게 남은 후회를 조금 더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로지 비명과 추락뿐이던 순간, 보내줄 준비는 단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채로 떠나보냈기 때문에 더더욱 체한 것처럼 속에 턱 걸려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라는 건 이제 존재하지 않고, 당신을 보낸 그의 미래만 남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내가 지금 당신을 보고 싶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별의 실체임에도, 여전히 닫힌 문앞을 닳도록 오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의 속에 걸린 작별이 얼마나 지독한지 넌지시 짐작하게 된다. 왜 그가 울고 있는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그는 끝까지 닫힌 문을 열렸다고 생각하며 서 있다. 미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떤 미래가 올바른 건지" 찾아보려는 그는, 자신이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던지며, "도저히 알 수가 없더라"고만 대답한다. 닫힌 문 앞에서 서 있는 그가 언제 당신을 잃고 다른 곳으로 걷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때가 되면 소년이 조금 더 자란 청년의 얼굴로, 더는 울고 있지 않은 얼굴이 될 것이라는 것만 알 뿐. 가능성을 소거당한 세계의 주민은 그런 식으로 자라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