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다고 할 것인가

ep.2 정신과 약을 강제로 단약하다 - 1

by bella

임신을 하고 나서 가장 걱정되는 점은

'정신과 약을 꽤 오래 복용하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침에 5알, 저녁에 8알을 육박하는 정신과 약을 복용해 왔다.

그런 김에 내 하루하루를 되돌아보면 참 내것이 없는 삶이었다 싶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면 저녁은 일절 먹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녁 약 시간을 놓칠 수 없기 떄문에

허둥지둥 하루를 마무리 하는 둥 마는둥 했다.

저녁약을 7시반에먹어야 10시에 잠들어서

다음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는 루틴이 좋았기 때문에

전날 나는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고 그저 약먹는 시간에만 집착을 했다.

약 복용을 하면 TV 전원이 꺼지듯 내 하루는 갑자기 종료되고

다음날 5시반에 눈을 번쩍 뜨곤 했다.

그리고 아침의 몽롱함과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일어나자마자 오전 약을 입에 쑤셔넣었다.

그러면 언제 졸렸냐는 듯이 눈빛과 표정이 반짝반짝 하게 바뀌었다.

난 저녁이 있는 삶이나 내 시간을 갖는 삶 따윈 없고 약에만 의존하며 잠을 자고

약에 의존해서 내 머리를 총명하게 만들어 왔다.


조심스럽게 정신과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병원은 축하한단 말 보다는

꽤 당황하며 잠시만 기다리면 약을 어떻게 할지 안내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도 그럴것이 병원가면 늘 하는 말은

'아이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그건 그저 짐이 될 뿐이니까요'

'결혼같은건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사회가 잘못된거겠죠' 였기 때문이다.


몇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병원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벨라님, 오전약은 전부 드시지 마시고,

저녁약은 단 한개만 드시고 나머지 약 전부 폐기하세요'

전화를 끊은 이제부터 뱃속의 아이가 가장 중요하고 나란 존재는

아이를 태어나게 하기 위한 도구 같은걸로 되어 버렸나

라는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순간적으로 서운했지만 그것보다 시급한건

단약했을때 내 몸이 버틸 수 있을까 였다.


병원에 무력하게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나는

자기 전 약을 손에 쥐고 한참을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잘못됐지만 한번 털어넣고 잠이라도 푹 잘까

지금부터라도 약을 다 끊어내버리는게 좋을까

길게 고민할 것 없이 나는 이번기회에 약을 다 끊어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약을 전부 쓰레기통에 넣고는 침대위로 몸을 던져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지옥보다도 더 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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