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것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는데 왜 발표가 어렵지?
올해로 직장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업이 디자이너인지라 발표할 자리가 가끔 있는데, 웬걸 생각만큼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 나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애플 키노트 강사로 몇 번 활동했었는데, 적게는 1:1 과외부터, 많게는 60명 청중들 앞에서 발표를 해보았었고, 테드엑스(TEDx)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적이 있다. 발표 퀄리티가 얼마나 좋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의 후 후기 평가 리포트들을 보면 거의 긍정적인 글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는 내가 그렇게 발표를 잘 못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항상 회사에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는 현재도 마구마구 심장이 뛰고,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 완전한 내 디자인이 아닐 경우.
나의 디자인 가지고, 내 생각이 아니다고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대기업 집단에서의 디자인은 거의 협업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멤버들의 다수의 아이디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내 생각이라는 말이 더 명확하겠다. 아무튼, 다수의 아이디어를 녹여 하나의 아웃풋으로 나올 경우가 많은데, 내가 관여하지 않았던, 그 아이디어를 낸 멤버들의 디테일함까지 모두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말로 설명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런 경우를 앞두고 프레젠테이션 할 때는, 최초의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빙의(?)되어서 어떤 과정에서, 어떤 콘셉트로 이것이 도출되었는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특히 그 콘셉트에 녹아들어 있는 주요 키워드에 대해서도 몇 번을 되새김질하면서 의미를 연결하여 정확하게 숙지 후 프레젠테이션 해야 한다.
두 번째. 완전한 내 생각이 아닐 경우.
첫 번째와 연결될 수 있는데, 대 기업의 구조상 보고 후 보고 과정을 계속 거친다. (나는 이것을 끝판왕 깨기라고 표현한다) 보고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시안은 두고서라도, 앞의 디자인 콘셉트이나 방향성이 최종 보고자의 입맛대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최종 디자인 시안도 바뀔 경우가 많다).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중간에 콘셉트이나 방향성에 대한 설명이 바뀌면, 내 머릿속에 들어있던 근간이 모두 뒤틀리기 때문에, 내가 낸 결과물에 대해 그날 보고자의 피드백에 따른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그 과정이 완벽히 습득되지 못했을 때 매끄러운 프레젠테이션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 번째. 완전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는 경우
세 번째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청중들의 완전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경우다. 외부에서 내가 주최하는 강연과는 매우 다르게, 회사에서 발표를 해야 할 경우 직장상사에게 할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그들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큰 관심이 없다. 나의 발표를 통해 주제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직장 상사(디자이너)의 피드백대로 조금이라도 반하는 경우, 아예 뒤에 이어지는 부분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한번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끝까지 쉽게 끝내기란 정말 어려운 경우다.
외부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오픈된 주제에 따라 청중들이 모이므로, 청중들은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는 상태라 더욱 설득하기가 쉽다.
네 번째.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경우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발표할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했을 경우다. 어느 정도 위의 사실들이 예상이 된다면, 완벽하게, 예상되는 다양한 결과에 대해 충분하게 연습을 해야 한다. 물론 연습을 해도 꼬일 수 있지만,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은 천지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