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프로젝트 즐기는 방법
아이데이션이나 회의를 할 때
디자인을 할 때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할 때
부록 - 하면 안 좋은 말들
'정답은 없음'을 전제로 아이데이션 한다.
슬기로운 회사생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모든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한 정답은 없다.'를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프로젝트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우리가 여기 모두 모여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같이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가장 멋지고 최고의(쿨내 나는) 설루션이 될 것 같지만, 실체가 없이 아이데이션만 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멤버들이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같은 주제와 스토리를 가지고 각자 머릿속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내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기도, 빼기도 해 가며 아이데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더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아이데이션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결사반대를 주장하거나, 무조건 자기 아이디어가 가장 좋다며 얼굴에 불쾌함을 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제발 흥분하지 마라, 우리가 일하는 이 곳은 내 회사가 아니다(가족경영회사 거나, 나에게 지분이 있다면 흥분해도 됨). 목숨 걸며 그렇게 흥분할 필요가 없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지양한다. - 회의의 총합은 좋은 퀄리티의 아웃풋과 비례하지 않는다.
왠지 하나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회의!! 회의!! 를 열심히 하면 업계를 뒤흔들 무엇인가가 나올 것만 같다. (나는 이들을 회의주의자라 부른다)
나는 1년 6개월간 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아이데이션 회의든 회의시간을 30분을 넘기지 않아 보기로 했다. 한 개의 프로젝트가 6개월 정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고, 멤버는 3명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회의시간의 총합은 좋은 퀄리티의 아웃풋과 절대 비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성인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 - '30분'
중학생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40분, 고등학생은 50분이라 수업시간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할 땐 성인이 되면 잡생각이 많아질 때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 이상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 30분은 정말 신기한 시간이다.
왜냐면 어떤 회의든 그 회의의 결론을 내지 못하면, 표류할 가능성이 많다,.
30분 안내 결론이 나지 않으면 30년 동안 다시 모여 회의를 해도 결론이 날 수 없다.
회의의 주최자는 나와야 할 결과를 예상하고, 다음 회의를 준비해야 한다.
회의에는 항상 주최하는 사람이 있고, 그 주최자는 이 회의 목표가 무엇이며, 이 회의에서 반드시 뽑아내야 할 결과를 예상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그 결과를 뽑아내기 위한 준비를 반드시 하는 게 좋다. 주최자가 무엇을 할지 모르면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도 무슨 회의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런 회의는 무의미하다.
또한 회의가 끝나면 오늘의 회의에서 어떤 내용과 어떤 인사이트가 있었는지를 정리하여 참석자들에게 메일이나 메신저로 알려주고, 다음 스텝에서는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예상하고, 또 다음 회의를 주최해야 한다.
가끔 회의가 끝나고, 다 같이 둘러앉아 회의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다시 하나하나 곱씹으며 다 같이 내용을 정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런 상황이 가장 싫다. 이런 상황은 주최자가 회의의 내용을 모두 소화를 못했을 경우 발생된다.
물론, 참석자도 짧아진 회의시간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고 나중에 자기 혼자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딴 소리 하지 말자
회사의 디자인은 내 디자인이 아니다. 합의된 룰을 따르자
아이데이션을 거치고 디자인 기획이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합의된 아이데이션을 바탕으로 디자인 시안을 시작하게 된다. 분명 합의를 바탕으로 다 같이 디자인을 시작하는데, 예상되는 시안의 아웃풋이 전혀 다른 경우로 나올 때가 있다. 물론 룰을 파괴한 파격적인 시안이 더 좋아 보일 때도 있을 수 있지만, 합의에 벗어난 디자인 시안은 받아들여지기가 어렵다.
합의된 룰이 진짜로 구릴 때는?
사실 합의된 룰을 바탕으로 하면 너무 디자인이 지루하게 나올 수 있고, 합의 때는 몰랐지만, 실제로 해보니 구릴 수 있다. 이 경우 합의된 룰대로 적용된 시안을 준비하고, '구림'을 '멋짐'으로 바꾸는 아이디어 시안을 추가로 제작하여 멤버들을 설득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라 아웃풋을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눈앞에 보이기 전에는 각자 머릿속에는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즉, 눈 앞에 실제로 다 같이 보는 무언가가 없다면 논의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다면, 일단 하고, 대안을 제시하자
멤버가 '왜 이렇게(합의된 룰에 벗어난) 디자인했느냐' 고 물었을 때
'제가 생각해보니 그냥 구려서요!'라고 하는 것보다.
'이게 이렇게 해보니 이쪽 부분이 어색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걸 위쪽으로 옮겨보았어요'라며 시안을 보여줄 때의 결과는 천지차이다.
주변에 혹은 요즘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디자인하나 둘러본다
가끔 생각하지만, 인터넷이 없던 몇십 년 전에는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를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고, 옛날 디자이너들은 진짜 천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우리는 이런 인터넷이라는 대 디자인 도서관이 항상 있으니 감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요즘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디자인을 하고, 또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면 좋다. 나는 출근을 하면 항상 30분 이상은 즐겨찾기 된 디자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인사이트를 수집한다. 이러다 보면 나만 도태되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나이만 점차 먹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이렇게 주변의 디자이너들의 사는 방법을 구경하다 보면 나에게 자극이 된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우리가 힘겹게 이끌어온 디자인의 결과물을 멋지게 공유하는 프레젠테이션도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너무 중요한 나머지, 디자인 시안처럼 다 달라붙어서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하기 전, 기획에서 큰 흐름을 논의하고 모두 확인했다면, 그 뒤에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한 사람이 해도 충분하다.
완성된 프레젠테이션은 여느 다른 디자인처럼 통일성이 중요한데, 각 슬라이드마다 미세하게 어딘가 조금씩 다른 슬라이드 디자인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망친다.
디자인 과정에서, 흐름상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었을 때는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수정 보완할 수 있다. 이때,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의 일부를 맡기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받고, 한 사람이 디자인을 이어나가는 게 더 효과적이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예쁘게 꾸미는 게 아니다.
내가 제일 많이 강조하는 말인데, 프레젠테이션은 단지 이쁘게 보이려고 만드는 게 아니다. 디자이너들이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있으면, (대부분의 ) 비 시각디자인 전공자 들은 겉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쓸데없는데 시간 들이고 있네'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애지중지, 귀한 시간 투자하여 기획하고 제작된 디자인 아웃풋을 보여주는데, 더 더! 더!! 더!!! 돋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당연한 행위라 생각한다.
물론,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이 문서 자체를 휘황찬란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 대한 잘못된 오해는 아래 포스트에 잘 정리해두었으니 궁금한 사람들은 참고해보자.
https://brunch.co.kr/@forchoon/346
프레젠테이션은 상사와의 합의로 완성된다. (프레젠테이션의 굴레)
우리는 디자인이라는 완성된 아웃풋이 있으므로 이미 프레젠테이션은 부차적인 것이다. 이 말은 프레젠테이션을 기획과 디자인을 위해 추가적인 아이데이션이나, 자료들을 더 찾아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미 충분하고 넘치는 내용들을 깔끔하게 정리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 정리를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프레젠테이션은 주관된 내용을 하나의 목소리로 정리해야 하므로 상사의 기준과 목소리로 정리하는 게 뒤에 탈이 없다.
프레젠테이션 역시 정해진 답이 없다. 핵심만 요약하고 심플하고 명료한 프레젠테이션도 좋고, 경우에 따라 상세히 풀어 디테일하게 설명한 프레젠테이션도 좋을 때가 있다.
그러니 큰 방향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사와 먼저 합의를 하면 좋다.
보고의 보고의 보고, 보고의 버전의 생성은 어쩔 수 없다
대기업의 특성상 조직이 세분화되어있다. (마치 게임 속의 끝판 대장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보고 시즌이 되면, 보고를 해야 할 주체가 너무 다양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각 보고 대상자들의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에(특히 제조나 전자처럼 디자인 중심의 전문 회사가 아닌 경우) , 같은 아웃풋을 위한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이라도 보고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버전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모듈러처럼 상황에 따라 넣고 빼고 하면 가장 이상적인데, 이런 모듈러 프레젠테이션을 설계할 줄 안다면... 나는 회사를 뛰쳐나가 모듈러 프레젠테이션 회사를 차릴 것이다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부록 - 멤버들의 기분을 망치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
대부분의 이런 못된(?) 행동은 서두에 말한 ‘프로젝트에는 정답을 없으니 우리 모두 같이 찾아보자’는 전제를 잊고, ‘내 말만 맞다’로 우길 때 발생된다.
(멤버들과 아이데이션 협의 후)
"내 생각엔 별론데, 너희가 (혹은 상사) 좋다고 하니까 합시다.”
내 머릿속은 절대 아닌데, 다른 멤버들이 그렇게 하자고 하니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가는 건, 내 생각 외 다른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걸 전제로 깔고, 나중에 실제 잘못되었을 때, 자신만 빠져나고자 하는 면피성 실언이다.
‘나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겠다’라는 태도인데, 회사에서 돈 받고 일하는 처지지만, 시켜서 억지로 한다는 건 같은 월급쟁이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태도다
(프로젝트 종료 후, 결과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거봐, 내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랬지?"
프로젝트의 결과가 예상대로 끝나지 못해 여운이 남은 가운데, 멤버 하나가 “거봐, 내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랬지”라고 한다.
모든 프로젝트 아웃풋은 멤버들과의 협의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마음먹었을 때 멤버들과 다시 아이데이션을 통해 자기의 의견을 보여주던지, 막판에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런 마인드의 사람일수록 프로젝트가 잘 끝나고 남한테 이야기하기를
“ 그 프로젝트 내가 다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