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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Dec 27. 2020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위한 첫 단계



청중이나 직장 상사들은 우리가 만드는
프레젠테이션은 읽지 않고 본다


우리가 본격적인 슬라이드 디자인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읽는 것(read)'과 '보는 것(watch)'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되는 보고서나 논문의 경우 인쇄물을 읽게 되는 독자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잘 '읽는 것'을 염두에 두어 작성하는 것 좋습니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의 경우 지면 위주의 보고서와는 다르게 '발표자'(presenter)가 존재하고, '프레젠테이션 문서'는 발표자를 보조해 주는 수단으로써 사용됩니다. 각 슬라이드는 발표자의 설명 순서와 발표 시간에 따라 청중에게 노출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청중이 다수인 경우가 많아 청중이 원하는 대로 페이지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우리의 청중이나 직장 상사들은 우리가 만든 프레젠테이션을 인쇄물처럼 꼼꼼히 읽어볼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일까요? 아닙니다. 역으로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고 역으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서 이용한다면, 청중들이 훨씬 더 발표자에게 집중을 시키는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특수성의 핵심은 바로 '청중들은 읽지 않고 본다'라는 진리를 꼭 이해하는 것입니다.



청중들의 눈을 시각적인 공해 없이 편하게 만들고, 큰 화면에는 핵심 키워드를 위주로 보여주고 호기심을 일으키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발표자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에서 지향하는 궁극의 디자인입니다.


2019 애플 스페셜 이벤트 - 팀쿡이 다수의 청중을 배경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이러한 프레젠테이션의 특수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오직 발표자의 시각자료로서만 활용되고 있으며, 발표자의 설명 없이는 추가적인 정보를 알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청중들은 발표자에게 집중하게 되고, 청중들은 신제품에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배가 됩니다.  이것은 신제품을 각인시키려는 행사의 의도에 정확히 부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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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위한 사전  준비

 - '설레지 않는다면 버려라'


넷플릭스(Netflix) 콘텐츠 중에 일본의 정리의 달인 곤도마리에가 나오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집 안에 가득 쌓여가는 물건의 정리를 포기한 집에 방문하여 곤도마리에가 정리의 방법을 제시하여 기똥차게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옷장을 정리하는 방법인데, 먼저 옷장을 정리하기 위해서 옷장 속에 있는 물건들을 밖으로 다 끄집어 냅니다. 그다음밖으로 쏟아져 나온 옷을 하나하나씩 보며 곤도마리에는 '설레지 않는다면 버려라'라는 설루션을 제시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의 디자인'도 이렇게 '설레지 않는다면 버리는' 극약 처방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프레젠테이션을 디자인을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단계까지 왔다면 이제 더 이상의 내용 추가는 필요 없습니다. 만약 프레젠테이션을 디자인하기 전에 내용 보충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반드시 디자인 단계 전에 내용 보충을 완료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디자인 단계에 돌입하기 전에, 디자인할 것들을 준비가 완료되어야 합니다.


디자인 단계에서는 내용을 추가하거나 보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지고 있던 내용 (디자인 재료)들을 다시 살펴보고 필요한 것들만 남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필요 없는 것들을 모두 버리고, 정말로 필요한 요소들만 남긴 후에 비로소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흔히 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무엇인가를 더해야만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첫 장에서도 강조했듯이 디자인이라는 것은 '꾸미는'게 아니라, '정리'를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청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임을 명심합시다.





한 장의 슬라이드에

너무 많은 정보들을 담지 말자


한 장의 슬라이드에 너무 많은 정보들을 담으려고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에 부딪칩니다. 당장에 많은 요소들의 설명을 위해서 글씨 텍스트들이 작아져야 하고, 이미지들의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게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복잡해진 슬라이드 배경이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그 순간 뒤에 배경으로 사용될 것을 상상해 봅시다. 과연 이것이 좋은 그림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 눈 앞에서 보는 지면으로 보는 책이면 모르겠지만, 큰 화면으로 봐야 하는 슬라이드 디자인이 이렇게 복잡하고 오밀조밀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디지털로 작업하고 있기에 언제든지, '새 슬라이드 추가하기'를 통해서 무한대로 원하는 만큼 스케치북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부담스럽다면, 다음 슬라이드로 과감하게 넘겨서 새로운 페이지를 생성해 봅시다. 이렇게 슬라이드를 많이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표의 흐름을 생각해 낼 수 있고, 슬라이드 옮기기를 통해서 발표의 흐름을 수정해 볼 수 있어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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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의 글들을 모아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출판사: 제이펍)라는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더 다듬어진 글들과 더 풍성해진 예제들은 아래 책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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