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신혼집에 입주하고
텅 비었던 집을 채워주었던 뱅갈 고무나무
벌써 함께 지낸 지도 2년이 훌쩍 넘었다.
가끔씩 물만 흠뻑 주는데도 새 잎을 늘 내어주고
집안의 푸릇푸릇함을 담당해서 맡아주고 있다.
오래된 잎사귀 하나가 노랗게 변하여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톡 하고 떨어졌다.
사람이 잎을 솎아주지 않더라도
자연히 알아서 낡은 잎은 내어버리고
새 잎에 영양분을 양보하는 자연의 신비로움!
낮에 잠시 집 앞 마트에 다녀왔다.
수면 양말에 남편 크록스 신고
롱패딩에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하늘 한 번 올려다보니
나뭇가지에 낙엽이 다 떨어지고
마지막 잎새만 대롱대롱.
눈 오고, 추운 겨울도 좋은데
새싹이 돋아나는 봄도 너무 기다려진다.
그래도 아직까진 예쁘게 내리는 눈도,
따뜻한 실내에서 지내는 것도
꽁꽁 싸매고 나가야 하는 것도 다 즐겨야지.
숨 막히도록 더운 여름이 오면
그리워질지도 모르니까.
아침은 꽈배기와 두유,
점심은 미리 끓여놓은 된장국에 땅콩조림.
메뉴 고민할 것 없이 집에 있는 것들로
간단히 먹고 치우는 게 속 편하고 좋다.
가끔은 외식을 즐기기도,
밀가루나 인스턴트를 한참 먹기도 하니까
평소엔 소식하며 위에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저녁을 위해선 사두었던 감자를 채 썰고
양파와 당근도 함께 감자채 볶음을 했다.
채 썬 감자는 물에 담가 전분을 뺐어야 했는데,
잘 안 만들어먹다 보니 약간의 실수도 있었다.
올해는 며칠에 한 개 씩이라도
반찬을 만들어서 먹어보려고
반찬 레시피 하나씩 입문하려 한다.
올해 나의 주부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기를.
늦은 오후쯤 책을 읽다가
무심코 창밖을 내다봤는데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남편에게 곧바로 카톡을 보냈는데,
한동안 답장이 없더니
본래 퇴근 시간도 아닌데 갑자기 도어락이 띠띠띠-
남편이 집에 왔다.
아무 날도 아니지만 서프라이즈!
함박눈 오는 날, 남편과의 데이트라니.
아무래도 이번에 임신이 안 되어서
아침에도 꼭 안아주더니
이렇게 마음 써주는 게 고맙다.
뜻밖의 데이트에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레스토랑에
눈 오는 경치도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먹고 싶었던 까르보나라를 한 그릇 먹으며,
마주 앉아 여러 대화도 하고
선물 같은 시간을 보냈다.
배불리 먹고 추위를 뚫고
캄캄한 밤길 드라이브 끝에 집에 왔는데
따뜻하고 포근한 우리 집이 있어서 또 너무 좋다.
생각지 못한 함박눈과 남편과의 데이트
그리고 보금자리 덕분에 완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