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사랑 Apr 30. 2023

눈을 이불 삼아..

추운 나라 눈 아래에서는...

독자분들은 혹시 한 번이라도 이누이트가 이글루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어려서 아무리 얼음 위에 수건을 깔고 누워도 추운 것을 보면서, 얼음으로 지어도 추울 텐데 이누이트들은 왜 굳이 힘들게 이글루를 지을까 고민해 본 적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글루 안은 영상 약 5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고 하며, 영하 20-50를 오가는 외부 온도에 비하여 상당히 따뜻하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주거형태로 받아들여집니다.

(*에스키모란 단어는 북미에서 인종차별의 단어로 받아들여져서 이누이트로 대체합니다.)


사람들은 캐나다는 사람도 적고 공해도 없어서 알레르기 걱정과 대기오염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생각과는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알레르기에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눈이 녹는 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곰팡이 알레르기로 크게 고생을 합니다. 이 곰팡이들은 눈을 이불 삼아 즐거운 겨울을 나는 생명체들이기 때문에 봄에 눈 이불이 녹으면 기지개를 켜는 것이죠. 때로는 -30C에 달하는 혹한에서 아무런 생명활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따뜻한 눈 이불 아래서 이 곰팡이들은 길고 긴 겨울 내내 열심히 유기물들을 분해를 하고 생장을 한답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여쭈어 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10분만 있어도 숨을 쉬기가 어려운데,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유기물을 분해하는 이 곰팡이들은 어떻게 살아날 수 있나. 말이 되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다행히도 눈 밑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의 곰팡이들은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혐기성 생물이고, 그렇기에 이 눈 이불 밑에서 겨울 내내 열심히 분해를 하고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추운 곳일수록 많은 유기물이 쌓여 있는데, 이 곰팡이들은 겨울 내내 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돕는 “분해”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죠.


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것들을 뇌의 끝자락에서 끄집어내시면, “곰팡이는 씨가 아니라 포자로 번식을 한다”나, “종에게 있어서 생존은 최우선 과제이고, 그다음으로는 중요한 것은 번식이다”라는 내용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렇게 따뜻한 눈 밑에서 즐거운 겨울을 난, 생존에 걱정이 없어진 곰팡이들은 이제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엄청난 양의 포자를 만들게 되는 거죠. 이 좋은 세상은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랄까요? 그래서, 봄이 와서 덮고 있던 눈 이불이 녹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되면 그 신선한 공기와 함께 겨우내 만들어 놓았던 다량의 포자를 멀리 날리는 되는 것이죠. 여기 말고 먼 다른 곳으로 가서도 잘 살 수 있게요.


특히나 곰팡이처럼 다른 고등 생물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든 종들은 더 많은 종자(포자)를 생산합니다. 질로 승부가 안되니 양으로 승부를 본다고 할까요? 덕분에 겨우내 눈이 녹을 때, 엄청난 양의 포자가 내뿜어 지게 되고 이를 호흡한 사람은 재채기, 콧물, 눈물을 흘리게 되지요. 가끔은 곰팡이가 열심히 만든 자손들을 내가 삼켰으니 곰팡이 포자들이 날 괴롭혀도 별로 할 말이 없구나 싶은 마음도 들지만, 재채기와 눈앞을 가리는 눈물의 괴로움이 뇌를 지배하는 순간, 그 미안한 마음을 싹 가시곤 합니다. 봄이 오는 4월, 올해도 기침하기 싫어서 잠시 산보도 못 나가고 핑계 삼아 집안에서 놀았네요. 덕분에 배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전 04화 생태학의 제일 친한 친구가 경제학이라구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