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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사랑 May 15. 2023

산불과 엘니뇨 (라니냐)

산불과 기상 - 지구 온난화?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북반구 곳곳이 40도를 웃도는 이례적인 봄철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올여름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극한 기상 현상으로 인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앙일보 2023년 5월 11일 자 "올여름 '수퍼 엘니뇨' 공포 커진다"에서 발췌 )


올해 제가 사는 캐나다에 산불이 극성이고, 올봄 한국에서도 불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는 분께서 저에게 산불이 엘니뇨나 라니냐와 같은 기상 현상들과 어떠한 관련이 있냐고 여쭈어 보시더라고요. 제가 기상학자는 아니지만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을 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기상청 대표 블로그: 생기발랄"에 의하면 엘니뇨(El-nino)와 라니냐(La-nina)는 각각 적도 부근 동태평양과 중앙태평양의 바닷물의 온도가 수개월간 높은 상태를 지속하거나 낮은 상태를 지속하는 (보통 2-7년의 불규칙한 주기) 현상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페루 연안 쪽에 차가운 물이 위로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이 차가운 물이 올라가는 힘이 약해지면 표면이 따뜻해지는 엘니뇨 현상이 생가고 차가운 물이 올라가는 힘이 강해지면 라니냐 현상이 생긴다고 합니다. 


다시 위의 중앙일보 기사로 돌아가서, 이 기사는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기후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의 온도가 0.2도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을 라니냐라고 부른다"라고 썼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왜냐하면 지구의 해수면 온도가 0.5도가 올라가는데 지구의 온도는 0.2도 밖에 안 올라갔다는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여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0.2가 올라갔다면 지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해수면의 온도가 0.5도 올라갔기 때문에 29%에 달하는 육지 표면의 온도는 -0.5도가량 낮아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에 말했던 폭염이 아니라 평년보다 차가운 기온이 되어야 맞는 것이죠. 그렇다고 말 그대로 지구의 온도(내핵부터 지각까지를 지칭하는 말)가 올라갔다고 하기에는 비교적 높은 온도와 큰 질량을 가지고 있는 지구가 해수면의 작은 온도의 영향으로 0.2도나 올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지구의 대기(대류권-외기권)가 0.2도가 올랐다는 말도 그리 썩 믿기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기상청 대표 블로그: 생기발랄"을 조금 더 읽어보니 대한민국의 경우 위도 남위 5도와 북위 5도 사이, 경도는 서경 120도에서 170도 사이의 구역을 엘니뇨 감시구역으로 정하고 이 감시구역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엘니뇨라고 정의한다고 나오더군요. 여기서 위 중앙일보 기사에서 0.5도가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이러한 정보기사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정보의 출처가 제공되어 있지 않아서, 0.2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기자가 실제로 측정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표절에 속하며 4대 일간지에 속하는 신문사의 기사가 표절을 한다는 것도 황당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기상청 대표 블로그: 생기발랄"에 따르면 "중태평양과 동태평양 부근으로 온난 다습해지기 때문에 페루와 같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오게 되고, 반대로 평소 비가 많이 오던 서태평양 지역은 건조해져 필리핀,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가뭄과 산불이 발생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엘니뇨가 단순히 온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다른 기상 현상을 야기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Source: 대한민국 기상청 대표 블로그: 생기발랄)


(사족: 근래 신문에 실린 과학기사를 보면 틀린 기사가 너무 많고 또 매우 많은 경우 일부분의 진실과 일부분의 거짓으로 진실을 왜곡시키고 독자를 호도하는 기사를 너무 많이 보게 됩니다 (본문에 나오는 중앙일보기사가 왜곡 호도했다는 말씀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그런 기사가 많아 보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정보전달은 뒷전으로 놓아두고 어떤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가 과도하게 많다는 말씀입니다. 무분별하게 정보가 난무하는 이 시대, 일반 대중이 정확한 과학상식을 가지고 잘 가려서 읽고 이해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수십년 전에 미국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할 때가 생각났습니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교수님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에 관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교수님이 정색을 하시면서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terminology)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말이니 사용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변하지 않았고 그리고 지구에서 나가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구가 따뜻해질 수 있냐고 반문하시더라고요. 한국에 있을 때,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고 자주 쓰던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교수님께서 다시 추가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지구가 온난화되는 것이 아니라 대류권 내에 있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등이 늘어나면서 지표면에 가까운 대기의 온도가 늘어나는 것이라고요. 그리고 에너지(온도)의 총량이 같은데 한쪽이 높아지면 당연히 온도가 올라간 만큼 높은 고도의 온도는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되면 온도 경사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기상현상이 더 예측하기 힘들게 바뀌고 이러한 결과로 어떤 곳은 더 덥게, 그리고 어떤 곳은 더 춥게, 혹은 더 잦은 홍수와 가뭄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죠. 이러한 이유로 더 추워지는 곳도 있고, 특히 고도가 높은 쪽은 오히려 온도가 낮아지니 지구 온난화라는 표현은 틀린 표현이며, 틀린 표현이기 때문에 지구 기후 변화(global climate change)라는 용어로 바뀌어서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는 더 이상 학계에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학회 등에 가서 보니, 정말로 더 이상 지구 온난화라는 표현은 사용되질 않더군요.  




한참 샛길로 샜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래서 원 질문에 간단히 답변을 드리면, 네 엘니뇨(라니냐)는 산불에 영향을 줍니다. 그럼 왜 어떻게 주는지에 대해 답변을 드리기 위해서 간단한 설명을 추가로 하나 더 해야겠습니다. 불이 생기기 위해서는 산소 (oxygen), 열 (heat), 그리고 연료(fuel)가 필요합니다. 이를 발화의 3요소(fire triangle)라고 부릅니다. 세 가지 중에 어느 하나라도 사용이 가능하지 않으면 (unavailable) 불이 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불의 특성은 "fire behavior triangle"라고 부르는 지형(topography), 기상(weather), 연료(fuel)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쉽게 말씀드려서 돌산이나 강과 같은 지형, 폭풍우나 가뭄과 같은 기상 상황, 그리고 탈 것이 불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산에서 불이 나려면, 낙엽이나 살아있는 나무들이 연료로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물에 젖어있는 나무나 파릇하게 살이 있는 나무는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하지만 엘니뇨와 같은 이상 현상으로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거나 건조한 기간이 오래되면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숲바닥에 있는 잎과 가지들도 마르게 되고, 수분을 흡수할 수 없는 나무들도 비교적 메말라 있는 상태가 되니까요. 그래서 산불에는 연평균 기온이나, 연평균 강수량이 그렇게 중요한 인자가 아닙니다. 훨씬 중요한 인자는 비가 오는 간격과 한번 비가 올 때의 비의 양이 더 중요합니다. 단순화시켜서 말씀드리면 엘리뇨가 대기 온도를 올려서 산불이 더 많이 난다기보다는, 엘리뇨가 연속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 기간을 늘릴 수 있기에 산불이 더 많이 날 수 있다고 보시는 편이 더 맞습니다. 




산불학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경계가 크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눈다면요). fire behavior triangle에서 기상을 더 중요하게 보는 쪽과 연료를 더 중요하게 보는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많은 학자들이 기상을 더 중요하게 보지만, 저는 연료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아무리 기상이 안 좋아도 탈 것이 없으면 산불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자연발화가 주 화인인 다른 나라와 달리, 사람에 의해 시작되는 한국 역시 연료관리를 통해서 산불의 관리를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fire behavior triangle에서 지형을 관리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고 (예를 들어 산을 평지로 만들면 관리가 쉬워집니다), 기상은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숲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리고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장기간 일관된 관리를 하면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모든 국민이 숲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졌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이러한 글을 쓰는 목적이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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