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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사랑 May 09. 2023

담배와 폐암

- 연구자의 비애

현재 담배가 폐암을 유발할 수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지고 모든 사람이 받아들여지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이렇게 널리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1950년 Doll과 Hill이 British Medical Journal에 흡연과 폐암 유발의 관계에 대해서 처음으로 제시하고, Tabacco Master Settlement Agreement라고 불리는 4개의 주요 담배회사와 미국 46개 주의 법무장관 간의 합의가 체결될 때까지는 무려 4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거렸습니다. 특히나 1950년부터 1994년까지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미국에서만 개인이 800건이 넘는 소송건을 제기했지만, 이 중 2건을 제외하고는 담배회사가 다 이겼고 이 2개의 승소건조차 상고심에 넘어가서는 담배회사가 이겼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Source: http://www.mdon.co.kr/news/article.html?no=1993; 

담배와 폐암의 관계는 이제는 잘 알려져 있고, 많은 공익광고가 폐암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담배회사들은 800건이 넘는 소송 건들을 어떻게 다 이길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담배회사에서 신빙성 있는 자료들을 더 많이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재판부가 보기에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증거들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는 것입니다. 또는 담배보다 다른 인자에 의해 원고가 폐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더 높거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가 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때로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죠. 예를 들어 만약 원고가 흡연자와 폐암이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주장하면, 담배회사는 이는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폐암을 유발할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자연의 폐암 예방제인 담배를 찾게 되고, 이의 결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 중에 폐암에 걸린 사람이 많다는 식의 반론을 펼치는 것이죠. 제가 듣기로 담배회사가 재판부에 제출한 연구논문이 원고들의 논문보다 수십 혹은 수백 배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제출된 연구논문은 가짜 논문들이 아니라 저명한 학자들에 의해서 올바른 실험방법으로 수행되고 또 동료 학자들에 의해서 검증된 진짜 연구논문이었다는 것이죠. 독자분들은 여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인데,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보여준 논문이 수십 수백 배가 많았다니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있습니다. 교수는 연구를 위해서 연구비가 필요하고, 연구비를 따는 것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캐나다든 교수에게는 큰 일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런 교수에게 큰 기업이 다가가서 큰 연구비를 주겠다고 하면 이것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연구비는 교수의 연구실을 튼튼하게 할 수 있고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도 줄 수도 있죠. 또 자신이 평소에 정말 하고 싶었던 하지만 다른 곳에서 연구비를 받기 어려웠던 연구도 수행할 수 있고요. 그리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연구비를 통해 회사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생색도 낼 수 있고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돈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담배회사들이 이러한 연구자들에게 제공한 연구비는 회사 전체 예산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에도 수많은 제약회사를 비롯한 다양한 회사들이 연구비를 제공하고 많은 학회를 위해 찬조금을 제공합니다. 좋은 목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숨어있는 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쨋든 이러한 회사들의 도움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할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위의 담배회사의 연구비와 같이 목적이 있는 연구비를 받으면 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아 물로 자료를 바꾸거나 하는 등의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닙니다. 엄격히 말해서 이러한 연구자들도 실제로 연구를 수행해서 그 정직한 결과를 내는 것이지 가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니까, 책에 적힌 연구윤리를 위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이해가 안 돼 신다구요? 제 경험담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캐나다 주립대학에 교수로 있을 때, 대형 석유회사에서 제의가 왔었습니다. 10억이든 20억이든 제공해 줄 테니 그리고 연구주제도 제약하지 않을 테니 연구를 해달라고 했죠. 하지만 회사 쪽에서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행간의 의미는 분명했습니다. 연구를 수행하되 그 연구가 석유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해달라는 얘기였죠.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일정 지역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의 양을 계산하고, 또 유사(oil sand)에서 석유를 추출할 때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의 양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시간과 공간적인 조사기간을 좁게 하면 산불에서 발생되는 탄소방출 양이 유사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것보다 많게 됩니다. 저는 조사한 숫자대로만 조사하고 분석하면 그 연구의 결과상으로는 산불이 유사의 석유 추출보다 탄소 발생량에 있어서 우리의 환경에 더 안 좋은 활동이 되는 것이죠. 그러한 나무를 베어내고 유사를 채취하는 것은 산불의 발생을 줄이고,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좋은 활동인 것이죠. 다른 생태적 영향이나 혹은 시간적 공간적이 폭을 넓게하면 이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지구요. 저에게 큰 연구기회였기에 정말로 매혹적인 제안이었고, 이 제안을 거절하는데 여러 날의 고민이 필요했었습니다. 


저와 같이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유혹에 많이 노출되지만, 다른 분야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에 교수가 식품회사랑 척을 지게 되는 연구를 수행하면 그 교수님의 제자들은 아무도 취직을 못하는 불상사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식품 연구소가 이런 기업 소속이고, 대학원을 졸업하면 선택지가 많지 않으니까요). 자리를 잡은 연구자라도 자신의 제자들의 앞날을 막을 결정을 하기는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좋고 훌륭한 연구자와 교수님들이 있지만, 양심을 팔아서 가짜 과학을 파는 연구자와 교수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는 연구분야 뿐만 아니라 세상에 어떤 분야를 살펴보시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의 담배의 예에서 보여드렸듯이 연구자가 양심을 팔아야 하는 환경이 생기면 다수의 일반 대중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막는 방법은 일반 대중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주시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어떠한 연구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도 필요하겠죠? 신문과 대중매체를 볼 때마다 그릇된 정보와 과학을 가지고 대중을 호도하는 글들을 너무 많이 봅니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산불 등의 제 전공분야만 봐도 이러한 그릇된 글들이 80%도 넘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참 슬픕니다. 이러한 글들이 일정량의 진실을 거짓과 섞기 때문에 더 설득력을 가진다는 사실도 무섭습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에 노출된 현대에서 진신을 감별하는 눈을 갖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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