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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Apr 14. 2022

힘을 빼야 하는 이유

습관에 대하여


티비에서 운동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결국엔 힘을 빼야 결과가 잘 나온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날들이 있었다. "뭐야? 힘이 필요할 땐 힘을 써야지. 힘을 빼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이제는 그 의미를 조금을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었다. 힘을 뺀다는 게 매사에 대충 하라는 게 아니라, '평소에' 힘을 빼라는 뜻이다. 평소에는 힘을 빼고 있다가, 임팩트 '순간'에 힘을 줘야 한다는 것. 계속해서 힘을 주고 있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힘이 빠질 수밖에 없으니깐. 


결국엔 힘의 '총량'은 일정하고, 어떻게 분배를 하느냐의 문제인데, 그것을 제대로 쓰려면 '결정적인 순간'에 써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꼭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쓸데없이 바쁜 사람들이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도 쉽게 설명이 된다. 


꼭 그런 사람들이 있다. 뭔가 항상 야근하고 계속해서 불필요한 일을 만들고 아등바등하는데, 시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안 되어 있는 사람들. 돌고 돌다 보면 결국 초안. 멀쩡히 잘 돌아가는 프로젝트에 굳이 의미 없는 일을 추가해서 훼방을 놓는 사람들. 지식이 없다 보니 그것이 훼방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멍청함과 부지런함이 결합이 되면 어떤 파멸이 일어나는지, 직장인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다.


반면에 평소엔 한량같이 지내다가, 필요할 때 제대로 '빡' 하고 다시 한량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가장 이상적인 동료가 되는 것. 그들은 힘을 빼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실천하고 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코딩을 짤 때가 있다. 좋아하는 가수나, 음식이나 이것저것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모니터 앞에 무의식의 코드가 짜여져 있을 때가 있는데, 결국은 습관적으로 몸이 알아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겠지. 물론 아주 중요한 일에 이러면 안 되겠지만, 루틴으로 하는 일에선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머슬 메모리라는 말. 근육이 기억한다는 건 어떤 뜻일까. 정말 여러 번의 반복 학습을 통해서 몸과 손이 알아서 일을 한다는 뜻일까. 그보다는 '힘을 뺐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일한다고 해서 진짜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머릿속을 비우고 힘을 빼고 있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알아서 집중력이 더 올라오는 것.


대학교 때 코딩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말. "백문이 불여일타" "여러분 제가 백번 떠들어봐야 소용없고, 여러분들이 직접 코딩을 해야 늘어요." 꼭 코딩이 아니더라도 다른 공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계속해서 쓰면서 습관적으로 내용을 익히는 것. 그러면 정말로 힘을 빼고 집중할 수 있는 것.






어느 정도의 정리 결벽증이 있는 나는, 주변 사물이 깔끔해야 일이 잘 된다. 필연적인 미니멀 라이프. 사무실 책상 위에도 컴퓨터 말고는 물티슈와 손소독제밖에 없다. 누가 보면 일 하나도 안 하는 사람인 줄 알겠네.


인터넷 계정 로그인도 마찬가지인데, 사이트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모두 다르다. 그걸 다 어떻게 외울까? 머리로 외우는 게 아닌, 손으로 외우는 것. 자동 로그인 기능을 전혀 쓰지 않고 일일이 타이핑해서 접속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로그인을 하고 있다. 힘을 빼고 기억하는 법은 결국 습관이 되게 하는 것.



뭐든 다 습관이 되게 하고 싶다. 누군가는 늘 같은 일상과 같은 일은 자극이 없고 새롭지가 않아서 따분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모든 일은 결국 반복이라 '새로운 것' 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물론 그렇다고 처음이 아닌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을 하든, 그날의 처음은 맞으니깐.


습관은, 새롭지 않은 것이라는 표현보다는 익숙해서 편안하고 좋은 것이라고 부르고 싶다. 익숙해져서 힘을 뺄 수 있고, 집중할 때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 일하는 것도, 글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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