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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Oct 30. 2021

생각 비우기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가 있다. 사람들은 그럴 때는 몸을 움직이거나 명상을 해서 생각을 비워내라고 말한다. 필요도 없는 잡생각에 에너지를 계속 쓰면 몸도 마음도 괴롭기 때문에, 머리도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보통은 얘기한다. 


나는 생각을 비워야 하는 이유가 끝없는 자기혐오에 닿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 차 있으면 어떤 생각이 자연스레 다음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다음, 또 다음, 다음... 마치 도미노처럼, 나비효과처럼, 작은 생각이 점점 큰 생각으로 변한다. 좋은 상황일 때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반대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군가 브런치에서 그랬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디폴트라고. 맞다. 살다 보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훨씬 많다. 그 말은, 좋은 생각보다 나쁜 생각을 할 때가 훨씬 많다는 얘기가 된다.


나쁜 상황일 때마다 나쁜 생각을 한다면 머릿속은 금세 모든 나쁜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고, 자기혐오는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지. 나는 이것까지 밖에 안 되나 봐. 내가 뭐 그렇지. 머릿속을 비우지 않으면 생각의 종착역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도미노를 쌓는 과정에서 드문드문 빈 공간을 두지 않으면 쓰러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악플을 참 많이 들었다. 인생의 기록지에는 모든 일에 딴지 거는 사람들, 깎아내리려는 사람들,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을 뿌리치려는 움직임이 군데군데 새겨져 있다. 꼭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모두들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쉽게 용납하지 못한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 무릎을 탁 쳤다. 비난자의 막장 인생을 감추기 위한 억지스러운 발악, 현실에선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 심리적으로라도 우월감을 갖기 위한 뻔뻔한 큰소리와 말 끊기. 쉽게 화를 내지 않는 나의 평정심과 정돈된 모습을 어지르고 싶은 사람들. 


그럴 때마다 나에게 힘이 되었던 건, 다름 아닌 '비움'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공허의 시간과 마음의 빈 공간은, 쓰러지는 도미노의 파동을 점잖게 중지시키는 든든한 벗이다. 


지금도 나는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어느 광고에서처럼, 더욱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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