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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Green Dec 04. 2019

취한 만큼 행복하면 된 거라고

술은 옛사랑 같다.

고독해서 마시지 않았다.
괴로워서도 아니다.

잠시라도
깨고 싶지 않았고
더 행복해고 지고 싶었다.
취기는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들끓는 가슴앓이의 통증을 내려놓고
앞뒤 안 맞는 나의 말도

괜찮다며  다 들어준다기에 마신다.
체면의 걸쇠를 풀

이완이 혈관 끝까지 퍼지고, 곧

내가 바라는 내가 된다기에 마신다.

막 돋아나는 새싹 같은  푸른 열정이

살아나서 마셨고

그것을 완전히 죽일 수 없어 마셨다.


나의 사랑은 몇 번지 인가.

내 삶의 철학은 어느 거리에 숨겨져 있는가.

내 인생을 담고 끝 모르게 가고 있는 

이 수레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무엇을 갖가야 하고, 무엇을 버려하는가.

그리고 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술은 말한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취한 만큼 행복하면 된 거라고,

인생은 단순하고 쉬운 거라 한다.


소심함의 테두리벗어

회한이나 아쉬움 따위 없이

내가 바라는 나로 살라고 한다.

깨고 나면 구차한 삶의 모습들

깨끗하게 세탁되어 단정히 접혀있을 것이고

세상에 어둠이란 존재하지 않을거라 위로하는

 격없는 오랜 나의 친구다.


술은 옛사랑 같다.

고 나면 잊힐 허무한 사랑.
긴긴밤 열정으로 피었다가,
벌겋게 떠오르는 태양 앞에선
흔적 조차 노심초사하는 명목 없는 사랑.

소설 속 가슴 시린 사랑.

술은 타협을 모르는 막무가내 격 낭만이다.


과거가 될 내 친구와  이별 

나는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2003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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