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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Green Dec 02. 2019

꿈속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실과 죽지 않는 욕망

             
창밖으로 보이는 키 큰 팜트리가 춤을 춘다.
비가 오려나?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인데도

이상하게 머리가 맑고 잠이 멀어진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정말 자유롭게, 두려움도 걱정도 없이,

여자도 엄마도 아내도 딸도 아닌

그냥 나란 신분으로.

완전한 생각의 자유는 불가능하다던
눈부신 사월의 수업 시간이 생각난다.
인간에게 최고의 공포와 그 상황을
자유롭게 상상하라는 화두를 주었을 때
모두는 그들이 감당할 만큼의 상상만 할 수 있다.
만약 그 이상의 공포를 상상하게 된다면
인간의 감성과 감각은 극한 두려움으로 인해 파괴되므로 더 극한 공포의 극치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할 수 없다. 이는 결국 모든 인간은 자신이 지켜온 지식이나 문화, 환경, 생각 등의 굴레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 이곳을 떠날 수 없지만  

이 모습 이대로 머물고 싶지도 않다.
나의 욕망은 자유를 원하지만

현실은 알 수 없는 변화가 두렵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에는
나의 빈약한 결행을 탓하며
나로부터 잠시도 자유롭지 못한 나를

비웃는 내 마음의 바람소리를 듣는다.
긴 시간의 타래를 타고 나를 따라온
미련이 된 내 젊은 날의 조각들마저도
모두 함께 잡을 수 없는 바람이 되어간다.
이제 와서 그때 그 바람아쉬운 것은 

지금의 저 시계 초침마저도

곧 멀어질 과거의 틀 속에 가두는

시간의 속성을 뼛속 깊이 알았기 때문이.


그럼에도

아주 오랫동안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살지 못할 거란

두려움은 나의 자유를 부추기고

럼에도

애써  만들어온 현재의 나와 내 가족의 터전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가족의 발판을 위해 더 힘쓰라 한다.
버리지 못할 현실과 죽지 않는 욕망

이것들은 오래전 과거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과거에 갇히지 않고  나와 함께 늘

현재나 미래로 남아있다.


내 머리 위에서 부는 바람을 타고
내 전부를 걸고 당당하게 도전하는
자유롭고 결의에 찬 나를 또 다른 내가

가슴 조이며 바라보고 있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저 자유가 내 인생의 참모습일지도 모르는데

난 그 어떤 두려움으로부터

꿈속에서조차도 자유롭지 못했던 걸까.

2001 7.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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