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아야할까?
난 실패한 인생이다. 내 삶에 꾸준함이란 없다. 꾸준함은 나에게 늘 고통이었다. 죄책감이었다.
넌 왜 꾸준하지 않니 너는 왜 그렇게 의지가 없니 끈기가 없니
나는 모자란 것들이 많은 사람이라 난 모자란 사람이다. 난 부족한 사람이다. 난 쓸모없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들에 나는 잡아 먹히고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 같아서 늘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러나 모자라고 어리석었다. 그리고 관계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건 나의 영역이 아니라 늘 타인에게 있었다. 목욕탕에서 탕 속에 가장 오래 있던 어린이. 단거리 달리기는 꼴찌를 해도 장거리 달리기는 선두권이었던 어린이. 한 번도 90점 이상을 맞지 못해 우등상은 못 받았지만 89.4는 항상 받았던 어린이. 피아노 건반에 손가락이 잘릴까 봐 무서웠지만 피아노 학원을 울면서 기어코 다녔던 어린이. 난 노력했다. 그렇게 보통사람처럼 지낼 수 있었다. 나의 목소리는 너무 커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속삭이는 연습을 했다. 난 ADHD였던 것이다. 3개월만 다니면 어떤 직장이든 싫증이 났다. 어디를 가든 과몰입을 하므로 상사들은 좋아했고 3개월이면 누구도 나를 건드릴 수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나는 모든 마음과 몸이 시들해져서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지경에 이르러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스러움은 그렇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죄책감보다 크진 않았으므로 참고 견디었다. 그렇게 살아왔다. 작은 것에는 미친 듯이 예민하고 큰 것에는 미친 듯이 관대하다. 난 지금 나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다. 난 어리석고 교만한 인간이었다.
불태운다. 소진시킨다. 다 타버리면 홀연히 사라진다. 없었던 존재처럼. 난 두렵다. 이번에도 또 그러는 것은 아닐까? 사실 두렵지 않다. 그럴지라도 무슨 상관인가.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삶은 스스로 살아가는 거뿐이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고 당신은 당신 삶을 살아가고 타인은 타인들의 삶을 살아가고. 타인의 삶이 도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늘 불만들을 들었다. 난 그 자리가 불편했다. 그렇게 까지 할 얘기인가? 핵심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약한 인간들이나 불만을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또 교만한 내가 올라왔다. 무슨 신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을 평가한다. INFJ 자신도 선하지 않으면서 늘 선한 잣대로 사람을 평가한다. 선하지 않은 사람들은 상대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주변에 선한 사람들 밖에 없다. 그들을 만나면 나는 치유된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을 찾는다. 그들과 늘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들을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그들은 그들의 삶이 나는 나의 삶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꾸준함이라는 고통은 날카롭게 나의 귀를 관통하고 뇌를 찌르고 상처를 낸다. 난 꾸준하고 싶지 않다. 난 꾸준하고 싶다. 난 분열되는 중인지도 모른다. 약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먹고 있으며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있다.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새 나는 아침을 꼭 먹는 사람이 되어있다. 약을 꼬박꼬박 먹는데도 나는 나아지지 않고 있는 걸까? 우울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까.
난 울지 않는다. 슬프지 않다. 슬플 시간이 없다.
기획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친 듯이 몰입한다. 그렇게 나를 소진시킨다. 도대체 넌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 거냐. 스스로를 좀 그렇게 위해라 남을 위하지 말고...... 나를 소진시키는 일은 나를 위해 하자. 그렇게 한쪽 뇌가 속삭이지만 대부분의 뇌는 듣질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나를 소진시키는 일이야 말로 정말 나를 위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 뇌조각 따위가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달이 지났다. 허리가 아팠다. 너무 아파 지나가다가 부러진 나무조각을 짚어서 지팡이로 사용했다. 간신히 집에 가고 며칠을 환자처럼 지냈다. 병원비가 아까워서 병원에 가지 못했다. 약으로 버텼다. 일 년에 한 번 아프던 허리는 이제 너무 자주 아프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지금 하는 일 이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살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사라져도 상관없겠다. 나의 마음은 공허한 것일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울하지 않아도 문제인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른다. 왜 그렇게 까지 하냐고.......... 글쎄 왜... 그렇게 까지 안 해야 하는지 모를 뿐이다. 난 정상이 아니다. 난 정상이 아니다. 난 도움이 필요하다. 2주일에 한번 병원에 가는 것만으로는 안되는 거 같다. ADHD 때문에 한 달에 한 번가던 진료가 다시 2주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 거 같다.
왜 모든 것은 어려운가. 삶은 원래 누구에게나 어려운 게 맞을까? 난 왜 정상이 되려고 할까 그냥 그대로 살다가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무엇을 이루고 싶어서 정상인이 되려는 걸까? 왜 나는 살려고 하는 걸까. 그냥 그렇게 그냥 그렇게 그냥 그렇게 잠들면 되는 거 아닌가... 왜 살아야 할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음 주에는 이런 나의 상태를 선생님께 꼭 이야기해야겠다. 사실 나는 나아지고 있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