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고장 난 도어록
약을 빼먹었다. 자려고 누웠다. 내일은 아침 일찍 나서야 하기 때문에 잠을 푹 자야 해서 처방받은 수면보조제를 먹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음악을 끄지 않아서 음악이 흘렀다. 갑자기 나의 누워있는 얼굴에서 전남편의 누워있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남자의 눈썹을 만지며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모습이었다. 윤원상 미안해 그렇게 속삭이며 눈물을 흘렸다. 이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누구에게도 없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다시 돌아갈 생각도 없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사랑을 포기해서 미안하다.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약을 한번 안 먹었을 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다시 감정에 사로잡히는 걸까. 음악 때문일까.. 오늘 유독 일이 힘들어서였을까..
현관도어록이 고장 났다. 그것도 모른 채 시장에 다녀왔다. 잠김 음 소리를 분명 들으며 길을 나셨던 거 같은데 아니었었나 보다. 나는 시장 근처 단독주택 2층에 산다. 1층에 있는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집이 있다. 1층에는 건물을 짓고 관리하시는 사장님이 거주 중이시다. 큰일이다. 오후 출근을 해야 하는데 문을 잠글 수가 없다니..... 문은 닫히니 그냥 갈까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나의 소중한 짐들이 아니라 집이 더럽기 때문이었다. 주변에 치매가 있는 할머니가 계신데 실수로 우리 집 문을 열기라고 하면(예전에 깜짝 놀란적이 있다. 잠긴 문을 부서져라 두드리고 문을 열려고 시도하신 적이 있었다....) 주변 착하신 분들이 당연히 닫아 주시겠지만 계단을 올라가기라도 하시면;;;;; 할머님을 구출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우리 집에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끔찍했다. 단순한 고장인지 교체를 해야 하는지.. 되도록 돈이 안 드는 방법을 찾았다. 우선 건전지를 교체해 보자. 그리고 안되면 도어록교체는 집주인과 상의하고 2층입구에 있는 문에 자물쇠를 걸자 그렇게 철물점에 가서 건전지와 작은 자물쇠를 하나 사 온다. 건전지를 교체해 보았는데 안되었다. 좌절이다. 2층입구 문은 잠금장치가 없다. 맞지 않는 아파트의 중후한 나무문을 달아 놓은 형태이다. 맙소사.. 드릴이 안 들어간다. 1시간을 뻘뻘거리며 결국 중앙에 달지 못하고 제일 위쪽에 달았다. 중앙에는 문 안쪽에 철문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출근을 하고 다행히 퇴근했을 때 아무 일이 없었다. 도어록 기사님을 불러야 하나 갈등하다가 고치면 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사무실 도어록을 교체했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서 이렇게 고민하는 중이었다. 출장비와 수리비 등등.. 갑자기 1층 사장님이 생각이 났다. 문자를 드렸다. 집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사시는데 1층사장님도 그중에 한 분이다. 봐주신다고 하셔서 확인해 주셨는데 처마가 없는 현관입구라서 아무래도 비에 내부가 젖은 거 같다고 하셨다. 분리해서 드라이기로 말렸다. 다시 조립했는데 여전히 안되었다. 또 좌절이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도어록을 다시 산다면 습기에 강한 좋은 도어록을 사야만 했다. 그리고 처마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귀찮다. 열쇠로 교체하는 걸 추천해 주셨다. 열쇠문이라니 이 시대에 도어록이 아닌 문이라니 열쇠를 딸랑거리며 다녀야 한다니 잠시 생각했으니 뭐야 좋은데? 그렇게 도어록은 분리해서 내팽게 치고(아직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완전히 마르면 다시 작동하리라 생각 중. 그리고 분리과정을 보았으므로 설치는 이제 나도 혼자 할 수 있다.) 철물점에 가서 철문 손잡이를 사 온다. 교체가 완료 외었다.
문을 잠글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열쇠를 딸랑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윤원상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도어록이 없는 집에서도 잘 지내고 이웃분들은 너무 좋은 분들이야. 내 걱정은 하지 말아라. 너도 잘 지내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