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사는 기쁨

아내와 오랜만에 양평으로 여행을 갔다.


올해 초에 다녀온 숙소가 마음에 들어

약 2달 만에 재방문을 했다.


미소가 인자하신 아버님, 어머님 2분 이서

운영하고 계시는 숙소인데

올 때마다 아늑함을 느낀다.


맑은 공기, 선선한 바람, 따뜻한 햇살이

봄이 왔음을 알려주었고

나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다.


해가 지는 저녁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장작에 피어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말했다.


"이번 한 달 고생 많았어."


나의 우울증이 전보다 나아졌음에

아내는 고마워했고

3월 신학기라 바빴을 아내에게

나는 수고했다고 말했다.


불길의 따뜻함이

서로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도 같이 따뜻해졌다.


숙소 사장님이

모닥불 앞으로 오시더니

본인의 30년 경력을 살려

이 숙소를 지었다고

유쾌하면서도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숙소 사장님처럼

본인의 경력을 살려

인생의 2막을 조용한 마을에서

부부가 함께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나는 현재 취직을 한다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다.

반면 정년퇴직을 하고

다시 일을 하시는 숙소 사장님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헤르만 헤세가 쓴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 중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모든 고통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계에 이르면 고통은 끝이 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삶의 색채를 띠게 된다.
그래도 고통스러운 것은 여전하겠지만,
그럴 때의 고통은 생명이자 희망이다.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우울, 공황, 불안 증세는

언젠가 끝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고통은 한계에 다다라

내가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헤르만 헤세는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삶'을 '사는 기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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