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 가족, 친척, 친구, 직장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우리를 축하해 주는 결혼식은 꿈만 같았다. 그런데 결혼식을 앞두고 아내가 시댁에 놀러 가서 힘든 일을 겪었다. 동생이 먼저 결혼하다 보니 제수씨(동생의 아내)는 어머니와 친근하게 말을 주고받았고 나의 아내가 대화에 끼지 못했다. 내가 있을 때는 어머니랑 제수씨가 자기에게 말을 걸어준다는데 내가 없을 땐 말을 걸어주지 않아서 외로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제수씨는 아내와 둘이 있을 때 갑자기 반말을 했고, 어머니는 아침 먹기 전 나온 아내를 흘겨보며 "나는 이 시간에 아침을 처음 먹는다" 면박을 줬다 했다. 아내는 처가댁에 돌아가서 눈물을 흘리며 시댁에 다녀왔는데 힘들었다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봐왔던 어머니는 그렇지 않으셨을 텐데 이때부터 조금씩 나의 결혼생활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결혼 후 3달 뒤 첫여름휴가를 갈 예정이었다. 시댁에서 동생네와 우리 쪽에 여름여행을 같이 갈지 물었고 아내는 주말부부를 하고 있는 신혼부부의 첫여름휴가인데 어떻게 이걸 물어볼 수 있지라며 고개를 저었다. 나 또한 첫여름휴가는 아내와 단둘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부모님께 정중하게 거절드렸다. 그런데 아내는 시댁에서 여행 가자고 제안한 것 자체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힘들어했다. 그리고 아내는 이를 처가댁에 가서 말했고 힘든 모습을 보이자 장인어른은 "그럴 거면 이혼해!"라는 말을 했다고 아내가 내게 전해주었다.
나는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장인어른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에 놀랐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한 달 뒤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방문하셨다. 근처에는 사촌누나가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올라왔을 때 사촌누나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시어머니는 아내를 향해 "결혼하고 아들이 변하면 며느리 탓이야."라고 말했다. 당시 나는 결혼하면 아들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 왜 저렇게 말씀하시지 하고 넘겼다. 아내는 지금 여름휴가 안 간 것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 시어머니는 옛날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옆에 있었던 당신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며 화를 냈다.
가족 여행은 가을, 겨울에도 제의받았지만 우리는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내는 시댁에서 자기를 탓할 것 같다며 미움받는 게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 갑작스레 허리디스크가 터졌다. 평소 내가 업무를 할 때 구부정하게 자세를 취한 것이 문제였고 잘못된 방법으로 스트레칭을 하다 디스크가 터진 것이다. 걷지도 못하고 있는 나의 옆에서 아내는 간병을 해주었다. 그런데 아내가 나를 간병해 주면서 목에 무리가 갔다. 아내는 이전에 허리, 목 디스크가 터진 경험이 있기에 무리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목 뒤에 파스를 붙였고 시댁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셨다. 나는 부모님에게 걱정을 안 시켜드리고자 최대한 아프지 않은 척을 했고 동생네도 놀러 와서 밖에 나가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면서 시어머니가 장모님과 친분이 있던 터라 예전에 있었던 일을 장난스레 이야기했다. 장모님이 아내를 '미친년'이라 표현했다는 내용이었다. 집에 돌아온 이후 아내는 어떻게 시어머니가 모두가 있는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나에게 화를 냈다. 나는 장모님이 장난으로 그렇게 부른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내 입장에서는 시동생내외가 있는 앞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 나쁠 상황이었다.
아내는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며 모멸감을 느꼈다며 오열했다. 이 사건을 아내는 나에게 여러 번 언급했고 시간이 지나 나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전에 장난으로라도 '미친년'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과 아내에게 안 좋은 말을 한 것에 대해 아내가 힘들어한다며 사과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는 제수씨를 예의가 없다며 싫어했는데 반말을 하거나 우리 집에 초대도 안 했는데 예고 없이 오겠다는 등의 이유였다. 아내는 제수씨를 보는 것을 꺼려했고 자연스레 나의 동생과의 만남도 줄어들게 되었다. 아내는 시댁이나 제수씨를 만나면 스트레스를 굉장히 받았고 나는 중간에서 낀 상황이 되었다. 나에겐 가족을 만나는 상황이 허용되는 것 같지 않았다. 아내는 혼자라도 가서 만나고 오라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아내에게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과거의 이야기를 자주 꺼내며 펑펑 울었다. "앞으로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아내에게 무례한 말을 하면 내가 그 자리에서 그건 옳지 않다고 말을 할게."라고 내가 말했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아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아내는 동일한 과거 이야기(시어머니 및 제수씨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를 자주 꺼냈고 펑펑 울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내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아내에게 과거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본인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나는 아내에게 버럭 화를 냈다.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도 무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