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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진단, 무너짐의 연속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느 금요일, 일을 하다가 이 상태로는 도저히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바로 방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근처 병원들은 모두 예약제로만 받고 있고 2~3개월은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나는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고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도 한 곳 한 곳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혹시 오늘 방문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저희가 예약제라서요. 1~2달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집 근처도 대부분 예약제였다. 그럼에도 계속 다른 곳에 전화를 했고 다행히 예약제가 아닌 곳을 찾아냈다. 나는 토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예약제가 아닌 온 순서대로 차례로 진료를 받다 보니 아침에도 사람이 많았다. 내 차례가 되었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나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어떤 일 때문에 힘들고 언제부터 이런 증상들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결혼 후부터 서서히 우울한 증상이 왔고 현재는 삶에 의미를 못 느껴서 이렇게 살면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병원을 방문했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 검사를 해보자고 하여 뇌파 검사 및 피를 뽑았고 여러 장의 종이로 된 우울증 검사지로 검사를 받았다. 아내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병원 근처로 와있었고 진료 후 함께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에서 나는 아내를 쳐다보면서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고개를 돌려 열심히 일하는 식당 종업원들을 보았는데 '저 사람들은 무슨 동기로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할까.', '최저시급 정도 받을 텐데 나라면 일 못할 것 같은데.. 불쌍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종업원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저 사람들(식당 종업원들)보다 생활력도 부족한 것 같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통곡하기 시작했고 밖으로 나와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내도 음식을 먹지 않고 바로 나와 함께 집으로 갔다. 집까지 15분 정도 걸어가는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의 삶이 불쌍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억울함을 느꼈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에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해 주었고, 이전에 있었던 일들은 이제 그만 말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아내 역시 이전에 시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다시 과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또다시 다퉜고 평행선을 달렸다. 



일주일 후 검사를 받았던 정신건강의학과에 갔다. 23년 3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예전에는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을 보면 왜 그런 병에 걸리는 걸까? 라며 다른 나라 사람처럼 생각했는데 내가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 주었고 약을 먹으니 저녁에 악몽도 많이 꾸고 입은 바짝 말랐다. 약을 먹었음에도 상황은 빠르게 개선되지 않았고 나는 회사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1개월 휴직을 했다. 그리고 약을 먹으면서 아내와 주말부부를 끝내기 위해 이사 준비를 했다. 임장부터 대출까지. 휴직을 했지만 이사준비로 제대로 쉰 것 같지가 않았고 휴직한 1개월은 그렇게 지나갔다.



우리는 주말부부를 끝내기 위해 이사를 갔고 집은 처가댁으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했다.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장모님이 도와주신다고 한 게 가장 큰 결정요소였다. 약을 2달 정도 먹었더니 전보다 우울감이 많이 없어졌다. 이사 가기 처음 갔던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선생님께 "덕분에 조금 나아진 것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자 선생님께서 "다행이네요. 전보다 표정이 밝아지신 같아서 좋네요. 새로 이사 곳에서도 치료 잘 받으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근처 새로운 정신건강의학과로 옮겼고 그곳은 병원보다 상담을 오래 해주어서 만족감을 느꼈다. 



이사를 오고 새로운 집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시간 되실 때 올라오라고 했다. 부모님도 맞벌이를 하시기에 올라오시는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고 내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 후 약 2개월 뒤에 새로운 집에 놀러 오셨다. 새로운 집에 놀러 와서 어머니와 아내가 방에서 따로 이야기를 하는 데 나는 방을 지나가다 우연히 대화의 한 부분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받아온 우울증 치료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다니고 있는 회사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어머니가 아내와 하고 있었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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