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취업에 중요한 건 스펙보다 인성


나는 S그룹 상무님이 강의한 곳에는 모두 참석했다. 청년재단에서 상무님은 해외영업, 구매 직무에 대한 강의를 하셨다. 상무님이 강의를 하실 때 항상 하셨던 말씀은 취업에 있어서 '스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갸우뚱했다. 지금까지 나는 스펙이 부족하여 매번 취업에 실패하는 것으로 인지했었기 때문이다. 상무님은 "스펙 한 줄을 더 적기 위한 경험을 하기보다는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취업이 안되더라도 친구들을 먼저 만나자고 해서 밥을 사라."고 하셨다. 이 말씀의 의도는 지속적인 불합격에 위축되지 말고 평범하게, 자신감 있게 살라는 것으로 느껴졌다.


나는 스펙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상무님의 강의 이후 스펙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모님이 지방에 살고 계시기에 안부전화를 전보다 자주 드리려 노력했고 친구들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거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먼저 만나자고 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자신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상무님은 강의 외에 주말에 별도로 '구매 직무 취업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고 계셨다. 모든 학생들을 받아주지는 않았고 강의에서 열정을 보인 학생만 선별하여 스터디 모임에 초대하였다. 설령 초대되더라도 지각을 하거나 무단으로 결석을 하면 모임에서 배제되었다. 나는 상무님을 따라다니면서 눈에 띄기 위해 노력했고 스터디 모임에 초대받게 되었다. 스터디 모임에는 취업준비생인 대학생은 물론 구매 현직자분들도 몇 명 참석했다. 구매 이론에 대한 공부는 물론 현직에서의 상황들을 실제로 들으니 구매 직무에 대한 이해가 더 잘 되었다. 스터디 모임을 통해 대기업은 물론 중견,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구매 직무로 합격하였다. 


어느 날 상무님과 1대 1로 면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졸업한 대학과 학점, 영어점수를 보시곤 대기업의 구매직무에는 합격하기 어렵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영문학과를 졸업했지만 토익점수가 그리 높지 않은 나도 그 내용을 인정했다. 상무님은 전략을 짜서 대기업에는 영업직무를 중견 및 중소기업에는 구매직무를 지원해 보자고 하셨다. 자기소개서도 공고가 뜬다고 아무렇게나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고 싶은 곳에 5곳 내외로 지원하라고 하셨다. 일단 무작정 쓰기보다는 하나하나에 집중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대기업-영업직무, 중소기업-구매직무에 지원을 하였다. 2군데 모두 서류합격을 하였으며 대기업의 경우 인적성검사를 보았고 중소기업의 경우 1,2차 면접을 보았다. 상무님과 내가 약 5개월 동안 함께 하면서 상무님은 내게 "너무 착해 보인다. 너무 착하면 안 되고 듬직해야 하며 오랫동안 다닐 것처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간절함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하셨다. 상무님은 내가 중소기업 1, 2차 면접을 보기 전에 1시간씩 전화통화로 인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상무님이 서울에서 거제도로 출장을 갈 때 버스에서 내려 휴게소에 있는 동안에도 내게 전화를 주셔서 면접코칭을 해주셨다. 그렇게 2차 면접까지 보게 되었고 나는 나의 '정직'과 '간절함'을 어필하였다.


그 결과 중소기업 구매직무에 합격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와서 약 8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상무님으로부터 취업코칭을 받은 후 첫 면접이 중소기업이었고 바로 최종합격을 하게 되었다. 나는 대기업 인적성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구매 직무를 하고 싶은 열정이 강했기에 중소기업에 들어가기로 결심을 하였다. 상무님 또한 중소기업에서 나를 채용해 준 사실을 감사해하며 열심히 일하라고 하셨다. (대기업은 인적성 검사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나는 상무님으로부터 취업 코칭을 받은 이후로 더 이상 스펙준비는 하지 않았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을 가지고 가장 잘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고 무엇보다 인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최종 합격을 할 수 있었다. 


놀라웠던 건 강의부터 스터디 모임까지 모두 상무님 재능기부로 진행되었으며 비용은 무료였다. 어느 날 내가 상무님과 단 둘이 있게 되었을 때 상무님에게 여쭤보았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무료로 좋은 일을 해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상무님은 웃으시면서 "그냥"이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대기업 임원이라고 하면 차갑고 냉정한 사람을 생각했는데, 상무님을 뵙고선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상무님은 취업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을 말씀해 주셨고 취직 한 이후에도 꼭 실천해야 할 사항들을 말씀해 주셨다.


1. 인사 잘하기

2.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기

3. 회의 혹은 미팅 자리가 생길 경우 먼저 커피 타주기

4. 중간 보고 잘하기


위 사항들은 내가 첫 직장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나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회사에 입사하여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느낀 게 있다. 중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 인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첫 직장에서 구매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