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TOP4에 드는 회사에 이직한 뒤로도 나는 동일한 분야에서 구매를 하였다. 기존 거래하던 업체들과 동일하게 소통을 이어나갔고 어떤 업체는 나를 더욱 호의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전 회사와 현재 회사에서의 나는 동일한데 큰 기업으로 갔다고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니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영업담당자들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뒤에 있는 회사를 보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행동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큰 회사로 이직하다 보니 구매량이 전보다 약 10배가 늘었다. 구매액이 커지다 보니 원가절감을 할 수 있는 폭도 커졌으나 공급차질이 생기면 문제가 더 크게 생기니 장단점이 있었다. 나는 일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일하려 하지 않는 편인데 유독 특정 업체에 대해서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정 업체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에 대해서 여러 번 제안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구매전문가란 무엇일까?
나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과학적으로, 데이터로 분석해서 근거를 가지고 협상하고 구매하는 사람이 최고의 구매전문가라 생각한다. 국제공인 구매전문가 자격증(CPSM)을 취득하면서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깨달았는데 실제로 실무에서 재고 및 단가 협상을 할 때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였다.
한 때는 빅데이터를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해야 되나 라는 생각도 했지만 현재는 기회가 된다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무강의만 듣고자 한다. 그리고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면 SCM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SCM이란 Supply Chain Management의 약자로 원, 부자재의 구매부터 제품의 생산, 유통까지 모든 단계를 아울러 말한다. 한국어로 풀이하면 '공급사슬관리'가 되겠다. SCM을 전공하게 되면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고, 팀장급 이상이 된다면 유관부서와 협업이 더욱 중요시되는데 이때 SCM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SCM이란 단어는 이전부터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공급대란이 발생하면서 일반 사람들에게도 가끔씩 눈에 보이는 단어가 되었다. 그리고 당시 마스크 공급대란이 발생하면서 SCM의 중요성을 기업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직한 회사에서 곧잘 적응하였다. 전에 했던 업무와 동일하되 수량이 많아지고 한 분야에 깊이가 있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국제공인 구매전문가 자격증(CPSM)을 팀에서 나 혼자만 취득한 상황이라 동료들이 어떻게 취득했는지 물어보기도 했고 나는 친절히 알려주었다.
이직한 회사에서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었으나 쳇바퀴 같이 굴러가는 동일한 업무에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그리고 커리어 확장(다른 분야의 구매)도 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회사의 네임밸류와 연봉만으론 나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느꼈다.
나는 건강이 악화되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건강이 조금 올라오자 회사를 알아볼 때 내가 커리어 확장을 할 수 있는 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운 좋게 새로운 회사에 취업하면서 동일업계에서 새로운 분야의 구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연봉이 1/3 정도 깎였지만 통근거리도 가깝고 무엇보다 내가 커리어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 매우 만족했다. 그렇게 나는 한 업계의 구매전문가가 되기 위해 또다시 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