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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인데 마땅한 스펙도 없이 졸업했습니다.


대학시절, 고등학교 때 놀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이 있었나 보다. 친구들과 축구하고 술 마시는 게 인생의 행복이었다. 가끔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놀러 간 적도 있으며 어떤 과목은 F라는 성적을 받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학교를 다니는 내내 취업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어디든 갈 수 있겠지라는 막연함과 아직 내겐 시간이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대학시절 남들이 한 번씩은 해본다는 공모전 한 번도 안 해보고 자격증도 따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의 만남, 축구, 술이 전부였다. 


나는 대학시절 ROTC를 하였다. ROTC를 하면서 중위로 전역하면 장교전형으로 따로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1년 선배들과 동기인 친구들을 보면 대기업인 S사, H사에 취업했었고 나 또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이공계 친구들이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고 문과생이 취업하는 경우는 손에 꼽혔다. 


2016년 중위로 전역하고 내가 모은 돈은 약 3,000만 원 남짓.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으나 영어한마디도 제대로 못해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심했다. 부모님 손 벌리지 않고 내가 모은 돈으로 갔다 올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생각했다. 캐나다에 도착해서 영어학원을 2개월 동안 다녔다. 홈스테이 비용, 교통 비용, 학원 비용이 계속 빠져나가자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당시 KOTRA에서 한국기업과 연계하여 채용을 하였는데 나는 그곳에 이력서를 지원하여 한국 식품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물류팀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나는 호기롭게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일했다. 전역을 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몰라도 몸을 쓰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물류팀에서 무거운 짐을 맨손으로 들었다 놨다 하다 보니 결국 허리에 무리가 왔다. 자기 전에 스트레칭은 필수였고 일을 한 지 2개월 정도 됐을 무렵 일을 하면 안될 정도의 허리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캐나다에 온 이유가 영어회화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데 몸만 망가지고 있어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다시 영어학원을 다니며 통번역 자격증을 땄다. 2개월 동안 학원과 도서관을 매일 같이 가며 이뤄낸 결과였다. 하지만 자격증만 있지 실제 나의 영어회화 수준은 초보단계였다. 더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어민과 직접 대화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동네카페까지 이력서를 수도 없이 돌렸으나 결국 나를 채용해 준 곳은 없었다. 한 스타벅스 점장이 나의 워킹홀리데이 기간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아 채용하기가 애매하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오기로 결심했다. 때는 2017년 2월, 상반기 공채가 시작하기 전이었다. 


한국에 들어와 급하게 토익시험을 보았고 850점을 받았다. 누군가는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문과를 나와서 이 정도의 성적을 받은 것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었다. 2017년 3월 공채 시즌에 나의 최종 스펙은 아래와 같다.


대학 : 수도권 4년제 대학 졸업

전공 : 영어영문학과

자격증 : 통번역 자격증 1급, 토익 850점

기타 : ROTC(중위 전역), 캐나다워킹홀리데이(6개월)


나는 채용사이트에서 장교전형만 골라서 서류를 지원했다. 대기업 이름만 보고 직무는 전혀 고려치 않았다. 어떤 곳은 영업팀, 어떤 곳은 경영지원팀, 어떤 곳은 인사팀으로 지원을 했다. 어머님이 식당을 하신 터라 어린 시절 도와주었다는 내용을 기재하여 대기업 식품회사의 서류에 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적성검사에서 탈락했고, 설령 면접을 보러 가더라도 1차 직무 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면접관 : 이 직무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 : 제가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습니다.

면접관 :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셨나요?

나 : ... 구체적인 경험은 없으나 주위 사람들이 제게 이 직무는 잘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준비가 정말로 안되어있었다. 단순히 회사에 대한 정보만 몇 가지 외워서 갔고 면접에 가더라도 결과는 항상 탈락이었다. 결국 나는 2017년 상반기에서 모두 불합격을 하였다. 그리고 2017년 하반기를 준비하면서 컴퓨터활용능력 2급, 한국사 1급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였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청년재단이라는 곳에서 S그룹 상무님이 구매직무를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당시에도 직무에 대한 관심이나 준비는 전혀 없었고 단지 S그룹에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에 설명회를 참석했다. 그리고 설명회를 통해 내가 생각했던 취업준비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S그룹 상무님을 통해 구매 직무를 알게 되었고 구매 직무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상무님을 인생의 멘토로 생각하고 상무님을 졸졸 따라다니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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