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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ROTC 학군후보생 시절, 나는 3KM달리기에서 1등을 놓쳐본적이 없었다.


마른 체형이라 그런지 뛰는 게 어렵지 않았고 잘 달리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학교에서 마라톤을 주최했을 때도 전체 3등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결승점을 골인 후 앉아있는 내게 사람들은 체육과 관련된 학과를 전공했냐며 물어봤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영문과 전공 하고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짓곤 했다.


대학시절 나는 하프마라톤에 참가했다.


약 21KM를 뛰어야하는 데 나는 평소 3KM만 뛰다 보니 약간의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에 자신이 있었고 계속해서 뛰기 시작했다.


걷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뛰었고


17KM가 지나자 숨이 가빠서가 아니라 사타구니와 무릎 통증으로 인해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통증을 참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첫 하프마라톤 결과는 1시간 후반 대.


결승점 골인 후 나는 먼저 들어온 사람들을 보며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나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나는 겸손해졌다. 나보다 잘 뛰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고 특별히 연습도 하지 않았던 내가 큰 결과를 바란 것은 옳지 않은 일이었다.


10년이 지나 나는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누군가 "요새 하는 운동 있어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걷기와 뛰기해요." 라고 답한다.


허리디스크를 심하게 겪었 던 내가 유일하게 조금씩 할 수 있었던 운동은 '걷기'다.


허리 통증이 나아지면서 나는 '뛰기'도 할 수 있어졌다.


허리디스크 초기 당시 나는 앞으로 뛰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우울했었다.


하지만 자세를 바르게하고 가끔 병원에 가서 허리 주사를 맞으며 치료한 결과 뛰기까지 가능해졌다.


10년 전 3KM 달리기에 걸린 시간은 약 11분 초반대였다.


지금은 어떨까?


집 앞 공원에서 가쁜 숨을 몰아시며 죽기살기로 달려보았다.


결과는 14분 49초.



나는 다시 겸손해졌다.


10년 전의 나는 혈기왕성했고 ROTC 학군후보생이라고 아침마다 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그때 보다 살도 7KG정도 찌고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한 30대 중반의 남성이 되었다.

 

군대에서 3KM 달리기 특급을 받으려면 12분 30초 이내에 들어와야한다.


내가 지금 상황에서 특급 기록에 완주할 수 있을까?


갑자기 ROTC 학군후보생 시절 힘겹게 달리기를 하며 성적을 끌어올린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 시절 나는 그 친구들에게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주기적으로 달리기를 해서 12분 30초 내 완주를 하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내 자신에게 집중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높은 하늘에 시원한 공기가 나를 감싼다.


러닝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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