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어

by 소인

출어(出漁)

국동 얼음창고 컨베이어 타고 싱싱한 얼음 조각 한껏 배 채우면 기름 먹은 바다 위 고등어 배 갈라 소금 뿌리듯 물자락 들추며 중선배 나아간다 수제비 같다 남해 사이 점점이 등대 비춘 섬의 표정 안개 위로 지울 때까지 통통통 길 열린다

멀미 언제나 붙어 다녀 육지 멀미 사람 멀미 뱃멀미 바다 멀미 멀미 따라다니는 갈매기 탐욕의 시선 죽지에 감추고 항상 등 노린다 물속은 어군탐지기로 까 볼 수 있어 네 뱃속 시커먼 창자 맴도는 꿈 어지러워 씨팔, 골 때려 멀미가 출렁거려 일곱 물 오사 해구 문패 잠기듯 부표 대륙붕 떠돌다 투망 소리에 긴장한 수초 오금 저린다

씨팔, 육지 소식은 잊어버려 똥내 나도록 그물 당기다 항구 횟집 쌍과부 허벌나게 박아 조지면 그뿐 뱃놈 신세 신접살림 웬 호사여 어느 해고 대목 터지는 날 이 바닥 떠나 내 고향 영산강 변 복사꽃 흐르는 물길 따라 소 몰고 밭갈이로 저무는 고향에서 메나리 한 판 멋들어지게 뽑을 거야

아홉 물 열 물 동지나(東支那) 막창 해구(海溝) 갈치 아구 고등어 갑오징어 삼치 데룩거리는 수조기 와르르륵 쏟아진다 화태도 곰보 선장 벌어진 입 턱 빠진다 음력 삼월 봄 바다에 함박눈 퍼붓는데 눈물 콧물 시린 입김 마구 비벼져 출렁인다

에헤라, 한 그물에 출어 밑천 뽑아내고 두 그물 세 그물에 모작 패 호주머니 풍선 마냥 부풀어간다 화장(火長) 이마에 땀 솟는다 살점 튀는 병어 접시 소주잔 알싸하게 돌아가는데 갓 잡은 고등어 뒤끓는 무 간장 속에 숨넘어간다

찌리링 찌리링 닻을 올려라 내일은 욘 단 록 단 참조기를 덮칠 거라 갑판장 얼음 삽질 신명나게 돌아가고 동지나해 푸른 갈매기 한 그물 대목 꿈에 힘줄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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