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 심구

by 소인

杂文 (239)

심구(尋狗)

택시가 휴양림 계곡을 날듯이 내려갔다.
잠시 후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다급한 음성이 들린다. 숙소에 입실하는 방문객이거니 했다. 다가가자 젊은 여자가 울상이 되어 미로야, 미로야! 를 외치며 올라온다. 아, 개의 주인이구나 알아차렸다. 다가가 어디서 왔느냐고 어떻게 개를 잃어버렸냐고 빠르게 물었다. 여자는 대구에 사는데 요 며칠 이사하느라 시댁에 개를 맡겼단 거다. 그런데 목줄을 하지 않아 시어머니가 한눈파는 사이 개 혼자 집을 나갔다는 거였다. 개가 실종된 지 하루가 지나서야 연락이 왔다는 거다. 여자는 울음이 섞인 음성으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잃어버린 개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났다. 그동안 닥스는 시골길을 정처 없이 걸어 주인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며 8킬로나 되는 휴양림 계곡까지 찾아든 거였다. 도시에서 태어나 회색 풍경에 익숙한 녀석은 초록으로 물든 시골 모습에 코를 벌름대며 주인의 냄새를 살피며 걸었을까. 짧은 다리와 유난히 기름한 등짝에다 바닥에 붙은 낮은 시선으로 낯선 풍경을 눈에 담으며 오래도록 걷고 걸었다. 저수지 둑방길 지나 우곡리 가재 마을 지날 때 동네 개들의 경계 섞인 눈초리 피해 휴양림 정문을 통과해 제가 살던 아파트와 흡사한 양옥 건물에 혹시라도 주인이 있을까 살피며 다녔을 거다. 베란다 창문을 긁어댄 것도 거실에서 새어 나오는 텔레비전 소리, 밝은 조명 등이 살던 환경과 닮아서 그랬으리란 짐작이 갔다. 미로의 여정이 스크린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결국 닥스는 아니 미로는 유기된 것도 아래 동네 개도 아니었다. 낯선 땅에서 미아가 된 거였다. 여자는 애타게 미로를 외치며 계곡 이곳저곳에 뚫어져라 시선을 박았다. 여자를 임산 도로 입구까지 태워주었다. 비가 잦은 요즘 오늘은 유난히 쨍하게 파란 하늘이다. 반가운 해후가 곧 이뤄질 것 같은 기미가 때죽나무 이파리에 어른대는 햇살처럼 환하다. 물소리 산새 소리가 적막을 깨뜨리는 휴양림 계곡의 어디쯤에 미아가 된 개가 숨어 있을까. 난폭한 인간의 손길을 피해 쇠창살의 케이지를 뚫고 달아난 미로를 빨리 찾기를 바라면서 당직실로 내려와 퇴근 준비를 했다. 샤워기의 물소리에 섞여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찾았다고! 옆 사무실에서 담당 계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히 몸을 닦고 나가니 일층 안내실에 여자가 미로를 부둥켜안고 어쩔 줄 모른다. 퇴근길에 미로와 주인을 과수원 시댁까지 태워주마고 했다. 여자는 미로를 안고 이층에 올라가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사를 연발했다. 모두 빙그레 안도의 미소를 보냈다.

계곡을 빠져나가며 평소의 길과 다른 저수지 둑방길을 타고 내려갔다. 쪼개진 타원형의 호두알 같은 창평 저수지는 계곡형이라 수심이 깊다. 저수지를 빙 둘러 닦아놓은 길을 달리는 기분은 늘 상쾌하다. 비탈면에 심은 오리나무는 잎벌레의 공격을 받아 그물처럼 임맥만 남긴 채 신음 중이다. 길까지 내려온 칡덩굴은 진보라색 꽃송이를 피우려는 참이다. 칡꽃과 조록싸리 꽃이 필 무렵은 성하(盛夏)로 접어드는 신호다. 여자는 뒷좌석에 앉아 개와 얼굴을 비비느라 창밖의 풍경엔 별무 관심이다.
Miro란 이름에 대해 물었다. 미로(迷路) 같기도 해서 길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고 농을 쳤다. 여자는 웃음으로 받아넘기는 여유도 되찾았다. 급하게 오면서 만들어 온 전단지를 보여주었다. 다 완벽한데 이름이 빠진 걸 말해주었다. 혹여 낯선 이라도 자신의 귀에 익은 이름을 불러준다면 무턱대고 달아나진 않을 거라고 했다. 만일을 위해 떨어진 인식 목걸이도 새로 달아주고 몸속에 넣는 칩도 생각해 보라고도 말해주었다. 여자는 순한 학생처럼 그러마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억양이 남도 사투리라 고향을 물었더니 완도란다. 광주에서 직장에 다니다 경상도 남자를 만나 결혼했단다. 아이는 둘이고 집에는 미로 말고도 개가 두 마리 더 있다고 했다. 엄마가 해녀라며 물질하니 내려가면 남도 푸른 바다의 해산물이 지천이란다. 예전에 여수에서 삼 년을 살았다고 말해주었다. 벌어진 상처가 새살처럼 돋아나는 기억이 가슴을 친다. 여자는 물에 빠진 사람이 정신 돌아온 것처럼 잃어버린 개를 돌봐준 은인들에 대한 칭송이 끊이지 않는다. 모두들 좋으신 분들이란다. 모두 좋은 건 아니다.

동료 간의 양보와 배려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긴커녕 과거의 이력을 자랑하며 일을 피하고 살살 꾀만 피우는 놈도 있다. 사업 망하고 배우자에게 패악 부리다 쫓겨나 시골로 숨어들었음에도 반성과 성찰의 기미는 엿 바꿔 먹고 간신 밉보지 마냥 눈치와 아양으로 때우는 허릅숭이가 있다. 시골은 루저의 도피처가 아니다. 아내를 쥐 잡듯 한 과거를 젊은이에게 자랑처럼 말하는 놈에게 무슨 대화며 소통을 바랄까. 윗사람에게 지적당하지 않고 자리보전만이 최선인 청자구. 평생 한 세상만 보며 살아 창의적 기획은 아예 싹이 죽어버린 사람, 사유는 막히고 생각하기를 성가셔하는 무식한 촌놈의 전형, 조직 이기주의만이 살길이라고 위계적 사회에 난짝 엎드리는 복지부동의 속악한 반거들충이가 모인 조직이 세상에는 많다. 기간제는 을이고 소수이며 약자다. 분명 계약 사항에는 없는 객실 청소를 남성 노동자들이 꾸역꾸역 한다. 근로계약서 업무(임무) 내용은 휴양림 순찰 및 이용객 관리, 화장실•샤워장 청소, 야영장 이용객 질서 계도 및 물품 임대, 조경 및 주변 환경정비 등이다. 참여 기간도 2020. 6.23부터 12.31로 되어있으나, 예산 범위 및 내부 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으로 되어 있다. 나가라면 나가라는 식이다. 낮게 사는 사람에게 푼돈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지자체의 기간제는 세 번 연속할 수 없으나 실제론 연속 근무가 많으며, 중간 퇴직이나 불상사로 그만둔 경우 다른 기간제 일자리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소위 블랙리스트다. 합당한 항의에 얼굴 찌푸리면 찍소리 못한단 얘기다. 방문 요양보호사는 시골의 경우 밭 매고 콩도 턴다. 대상자의 범위 밖이라도 노총각 팬티도 빨아준다. 장시간 저임금의 오십 대 여성노동자의 현실이다. 어떤 대상자는 나 때문에 당신이 돈 버니 일할을 통장에 넣으란 요구도 한다. 씨팔, 말도 방귀도 아니다.

여자는 미로를 끌어안고 쓰다듬느라 바쁘다. 목재체험장 건너편 과수원 골짜기에 시댁이 있었다. 주변이 온통 사과나무다. 초복 지나 테니스 공만 한 푸른 사과 알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여자와 미로를 내려주고 집으로 왔다. 여자는 미로를 안고 온 얼굴에 환한 웃음을 터뜨리며 사과나무 가지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얼마만의 환대인가 라는 생각에 웃음이 번졌다. 양조장 지나는 들판에는 종아리가 시커먼 벼가 오후 햇살에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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