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
뻘 바닥으로부터 멀미가 올라왔을 때 참았다. 메슥거림과 구토의 유혹은 바다가 날 저항하는 호된 신고식이었다. 물약과 알약을 가져갔는데 그물 당기던 뱃사람들이 서울 촌놈에게 놀란다. 노햇사람인 자기 네보다 멀미를 잘 견딘다는 거였다. 그들도 매번 배 탈 때마다 멀미는 늘 따라다닌다는 거였다. 이튿날 흔들리는 배의 요동에 창자가 꼬였다. 물약과 알약을 털어 넣었다. 생각보다 첫 출어의 신고식은 얌전했다. 동지나(東支那)의 바람을 길어 밥을 끓이고 조기를 튀기고 파김치를 담았다. 남는 시간에 갑판에 쏟아진 고기를 나눠 담았다. 양망과 투망 사이 식사를 마친 선원들은 허겁지겁 선창에 내려가 모자란 잠을 채웠다.
선장은 어군탐지기와 물때를 가늠하며 벨을 눌렀다. 그때마다 선원들은 용수철처럼 배 위로 튀어 올랐다. 양철 병정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몸의 동작이 언어고 신호다. 불룩한 그물이 수면으로 올라오면 갈매기가 모여들었다. 그물코 사이로 비어져 나온 생선의 옆구리를 뜯거나 떨어져 나간 물고기를 물고 날아갔다. 크레인이 집채 만한 그물의 밑바닥을 갑판에 풀면 동지나해 우윳빛 바다를 마당 삼아 놀던 것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갈치 갑오징어 조기 아귀 고등어가 펄떡였고 선원들도 바구니 안고 뒹굴었다. 어떤 날은 닻에 머리통 만한 문어가 달려 나왔다. 선원들은 선장의 눈치를 보며 달아나는 문어를 잡아 냄비 속에 가두었다. 댓 병 소주가 게눈보다 빨리 사라졌다.
오줌 누러 나온 밤바다는 불빛 한점 없는 먹빛이었다. 광산 막장에서 경험한 일이지만 똑같은 칠흑이었다. 밤바다는 뱃전을 스치는 물결과 던져놓은 그물과 연결된 밧줄이 세상과 소외된 채 떠돌고 있었다면, 막장의 어둠은 무덤 속의 적막이었다. 보편적 어둠은 구체성을 띤 어둠보다는 덜 아팠는데 존재의 소외감은 같은 무게였다. 검은 바다를 향해 오줌을 갈겼다. 몸을 떠난 오줌 줄기는 어둠 속으로 끊어지고 오한이 들었다. 선원들은 물속처럼 깊이 잠들었다. 오스스한 소름보다 세상 향한 멀미의 시작을 몸에 알리는 신호란 걸 안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