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行车 6

by 소인

自行车(21)

땅은 내륙에 들어서면 한결같은 모양새다. 바다를 보고 달리면 좋으련만 통영 시내 가는 길은 답답하고 가파르다. 찬바람에 입은 점퍼가 열기에 더운 김이 끼친다. 고개 하나를 넘어 시내로 가는 동안 날이 저문다. 여객선터미널의 불도 꺼졌다. 해안 산책로를 돌아 밥집 찾는데 온통 충무김밥집 일색이다. 마트에서 소주 한 병 샀다. 밤바다 보며 마실까 했다. 산책로엔 밤마실 나온 사람들 드문드문 걷는다. 어린 연인들 마주 보며 웃는 얼굴이 마냥 풋풋하다.

꽃불처럼 환한 해안로를 끝에서 끝까지 달린다. 시장통을 지나 어둔 뒷길에 돼지국밥집이 보였다. 어제 진영 동생 말로 부산 경남 일원에 유명한 국밥이라니 예까지 왔으니 먹어보기로 한다. 머리 하얀 주인의 양해를 얻고 자전거를 접어 구석에 둔다. 보얀 국물에 반주로 나온 소주 이름이 '좋은 데이'다. 좋은 날이 내게도 있었다. 알근하게 속 채우니 라이딩을 더하고 싶다. 줄에 묶인 배가 초저녁 잠에 빠진 선창가를 달렸다. 항구의 밤은 꽃가루를 뿌려놓은 듯 현란하게 출렁였다.

찜질방 근처서 담배 참으로 쉬는데 두 청년이 반색하는 표정으로 다가온다. 자전거가 신기한 모양이다. 선한 품성이 느껴졌다. 자전거와 여행에 대해 물어본다. 가로등 조명에 두 사람의 얼굴이 환하게 반사된다. 바람은 차지만 춥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다. 문득 호기심이 생겨 여행 경로를 말해주니 놀라며 웃는다. 내 나이를 사십 대쯤으로 보길래 슬쩍 내비치니 입안이 보이도록 감탄한다. 얘기가 깊어지자 뭐하는 분들이냐고 물섰다. 두 사람은 그제야 목마른 사람처럼 자신들의 정체를 털어낸다.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란다.

아하, 그제야 알 것도 같다. 좋은 공부를 한다고 했다. 주로 나이가 더 먹어 뵈는 청년이 말하고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은 끄덕이며 추임새만 넣었다. 영월의 김삿갓휴게소와 동해 호텔 그리고 무슨무슨 대학도 자기네 집단의 재단이란다. 효와 인간의 업보를 얘기하고 연기설의 중요성을 빠르게 말한다. 착착 요약 정리 하는 강사 같다. 나도 나름의 심지를 갖고 산다. 자신들의 설득과 주장이 내게는 통하지 않을 거란 느낌의 눈빛이 나이에게 살짝 드러나는 걸 놓치지 않고 보았다.

난 타인의 종교나 생각에 선입견이나 편차를 두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이란 의미의 person이란 단어의 어원은 persona에서 온 가면을 쓴 외적 인격인데 인간은 대물림하는 업보보다 현재의 역할에 구속되어 사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리고 난 사후 세계를 믿지 않으며 실존적 상황을 살아내는 게 인간의 존재론적 숙명이라고 말해주었다. 키 큰 잘생긴 청년은 내게서 반짝이는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나이 청년은 대화가 전개되자 어디 가서 차라도 마시며 더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난 오늘의 인연은 소중히 기억하겠으니 여기서 헤어지자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나이 청년은 내가 혹여 영월 김삿갓휴게소에 들르게 되면 통영의 우리 얘기를 하고 차 대접을 받으면 좋을 거라 했다. 난 기회 되면 그러마고 했다. 여행 잘하라는 두 청년과 손 흔들며 헤어졌다. 찰방이는 밤 물결이 해안도로 정강이를 적신다. 여행은 많은 사람과 별 얘기를 하게 되는구나 곰곰 생각하며 찜질방으로 자전거를 밀었다. 짭짤한 소금기가 섞인 바람이 얼굴에 끼쳤다. 부드런 촉감이다.

自行车(22)

삶이 역사라면 삶도 역사도 기억하는 자의 몫이다. 지역을 다니면 그 지방의 인물을 기억하는 공간이 있다. 그들을 기억하는 건 그들이 뜨거운 숨 뱉으며 살았던 공간에 우리들이 지금 살기 때문이다.

씽씽 어딘가로 질주하는 사람들. 끝을 모르고 치닫는 욕망. 이데올로기는 시대를 사는 인간의 가치다. 영원하지도 불변하지도 않은 무정형이고 부정성의 가치다. 인간의 만족을 모르는 욕심은 그것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한갓 재로 스러지고 마는 불과함의 가치를.

그런 까닭으로 인간은 숭고하고 때론 야만적이다.

쥐고기

가오리 살 잘라내고 널었더니 쥐고기 같다. 꾸덕하게 말려 양념장 발라 찌면 먹을 수 있으려나. 베트남에서는 쥐를 요리해 먹는다. 월남전에서 포로가 된 미군이 탈출하며 쥐고기를 먹었다는 경험담도 들었다. 바닷물고기 쥐치는 생긴 모양도 쥐처럼 생겼지만 실제로 쥐 소리를 낸다. 동지나해에서 그물을 풀면 갑판에 쏟아지는 쥐치가 찍찍 쥐 소리를 냈다. 등에 난 가시는 날카로워 찔리기도 했다. 쥐포 공장에서 일할 때 냉동된 말쥐치는 회를 떠서 먹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이번 여행은 짧지만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기차를 갈아타고 밀양을 시작으로 진영, 창원, 거제도, 통영, 부산을 숨 가쁘게 두루 거쳤다. 여행의 목적을 따로 둔 건 아니었지만 약산 김원봉의 밀양과 봉하마을,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보고 싶었다. 창원의 주남저수지와 통영의 윤이상 기념관은 가외로 얻은 선물이었다. 뜨겁게 산 인물을 기리는 공간을 지역 곳곳에 만들어 두었다.

자전거 네비를 설치하지 않아 길 찾는데 무진 애를 먹었다. 도로가 뚫리며 자동차 위주의 변화는 사람과 자전거는 무시된 느낌이었다. 남도로 내려갈수록 산들이 바다와 닿아 고개가 빈번하게 나타난 것도 라이딩을 힘들게 했다. 첫날 밀양에서 호기롭게 출발한 라이딩은 사람 없는 들판을 헤매거나 자동차 전용길로 잘못 들어가 두 번이나 자전거를 메고 길을 벗어나야 했다. 통영의 고갯길과 부산에서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펼쳐진 풍경과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조우는 훈훈한 경험이다. 초면에도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친절했고 제 일처럼 길을 알려주느라 애쓰는 모습이 마음으로 전해졌다. 지역의 음식을 맛보진 못했지만 눈으로라도 즐기는 호사를 맘껏 누린 셈이다. 씽씽 질주하며 달리는 차량, 연기를 뿜어내는 수많은 공장,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풍경에서 내 속의 타자를 본다. 지금 내 삶에서 가치로 세우고 살아야 하는 게 뭔지 돌아보는 사유도 얻었다.

자전거로도 도보로도 산하의 곳곳을 돌아보고 싶다. 역사의 틈에서 살다 간 인물의 생각과 내력을 톺아보는 경험을 많이 할 생각이다. 내륙의 산과 강을 따라가며 곳곳에 밴 핏물의 역사와 민중의 함성을 귀담고 싶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살고자 했던 세상의 모습 창백하더라도 말이다.

관광이란 말 그대로 텍스트만을 읽는 행위로 겉만을 흘깃 보고 지나치지만 여행은 역사와 인물의 맥락을 더듬는다. 콘텍스트의 중요성이다. 먹고 마시고 눈요기로 즐기는 관광이나 삶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다. 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낸 사람의 속내를 읽는다. 나는 너를 어떻게 읽는지 너는 날 어떻게 읽는지 우리는 시대와 삶을 어떻게 읽는지 궁금하다.

自行车(24)

"그때는 그랬지"라는 시간적 내용이 바르트에게는 사진의 본질이다. 사진은 과거에 존재한 것에 대한 증서이다. 따라서 슬픔이 사진의 근본 정조가 된다. 바르트에게 날짜는 사진의 일부이다. "왜냐하면 날짜는 삶, 죽음, 세대의 불가피한 소멸을 환기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날짜는 사진에 죽음과 무상성을 기입한다. 전시가치로 가득 차 있는 오늘날의 사진은 다른 시간 구조를 지닌다. 서사적 긴장이나 "소설 Roman"의 극적 구성을 허용하지 않는, '운명도 없고 부정성도 없는 현재'가 사진의 시간 구조를 결정한다. 사진의 표현은 낭만적이지 않다.

한병철 <투명사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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