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②
저녁을 먹고 찜질방에 들었다. 텅 빈 로비에 혼자 뒹구니 땀이 연신 흐른다. 한여름 더위를 나만 겪나 했더니 작음(昨飮) 탓이다. 종일 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한증막에 들어가니 어제 마신 술이 땀구멍으로 송글하게 솟았다. 차차 달궈지는 날씨에 술도 깜냥 껏 마셔야겠다. 일체 무익한 행위다. 아홉 시가 넘자 네댓의 남녀가 찜질 옷 입고 나타났다. 조금 보태 포동포동한 수용소 죄수들 같다. 주민인 듯 서로 한담을 나누더니 구석으로 흩어져 벌렁 드러눕는다.
섬을 들고나는 일정이야 배편과 섬 여행이란 점을 감안해서다. 별다른 목적은 없다. 신라 때 이사부가 정복한, 숙종 때 안용복이란 배포 큰 어부가 일인들에게 우리 땅이라고 일갈한 섬을 한 번 딛고 싶었다. 자전거 여행은 길의 경사도가 난이도를 가름한다. 더구나 배낭의 무게를 감안하면 후방의 지원 없이 전진하는 척후병을 닮았다. 무게를 줄이느라 일체의 부식은 넣지 않았다. 그러나 더운 날씨에 오르막이 자주 나타나면 땀은 육수처럼 쏟을 거고 체력은 바닥날 거다. 여행은 이방인의 모욕을 견디는 일이고 낯선 세계와 부딪치는 사건이다. 집을 떠나 별을 보며 파도소리에 귀담는 건 낭만이라기보다 세계의 속살을 만나는 행위다. 바람에 풍겨오는 바다의 냄새. 날카로운 이빨이 박힌 듯 쉬지 않고 바위를 물어뜯는 파도. 어처구니없는 낭패를 만나도 견뎌야 하는 상황. 삶이 그렇듯 결정은 혼자의 몫이다.
터널과 오르막을 견딘다면 푸른 바다에 우뚝 솟은 화산섬 울릉도의 풍광도 한결 부드러운 얼굴로 다가설 거다. 여행하면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외딴섬 울릉도에서 삶을 길어내는 그들의 그물엔 거칠고 짭조름한, 애잔한 얘기가 물속처럼 물풍하게 펼쳐질 거다. 푸른 뱃길 열어 만나는 섬 울릉도 오며 가며 무사하길, 一路顺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