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③
산중 사설(山中 辭說)
굳이 널 보자는 건 아니었다 물소리 그리운 표정 풀밭 위의 삼겹살 매운 연기에 취해 고여 드는 눈물 사이로도 너의 마음 읽을 수 있었어 바로 엊그제에......
산일 가다가 언뜻 보이는 하늘 사이로 세상의 몸통 드러나고 물돌 입은 이끼 적시며 탕탕 두드리는 물소리 쉬임 없이 세상 밖으로 내려갔다 언제고 가슴 풀어헤치고 한바탕 신명으로 살풀이 벌일 때 육수처럼 흐르는 땀으로 우리 굳어진 생채기 비늘처럼 떨어지리라 믿었어 올라가는 산길 정력엔 그만이라는 삼지구엽초 소리 소문 없이 소복하게 피어있고 가파른 숨 턱 조여 등짐 젖은 점심 국물 질펀거려도 오늘 일 가는 고단한 산행길 좋아 가시딸기 연분홍 꽃잎 지금은 까마득한 여자의 속살처럼 손바닥만 한 햇살 스쳐도 파르르 떨고 쉴 참 무는 담배연기에 바위 밑으로 꼬리 감추는 도마뱀 그의 호들갑 여간만 귀엽지 않아
웅웅 신음하듯 베어 낸 보춤나무 휑뎅한 허리께로 핏물 같은 수액 쏟아지고 빈 물관 속으로 드러난 하늘 어제 본 사람들의 하나같은 그리움인데 굵은 슬픔 하나 가슴에 박은 채 살아가는 무리 다음 장 보자고 벼르지만 매번 손에 쥐는 건 헛물켜듯 묻어나는 회억(回憶)의 덩어리
어쩌자는 건가 낸들 입 다물고 아다다 같은 순정 안고 살고 싶잖은가 누구처럼 물소의 뿔 지고 홀로 가고 싶잖겠나 두런두런 말소리에 귀담으니 건너편 산자락 산판 일꾼 손목 부러졌단다 산일 당장 그만두고라도 부지깽이 춤추는 다랑논 비탈밭농사 누가 다 짓나 그렁그렁한 그의 아내 한숨소리 눈에 보인다 가난한 우리 살림 셈평 가뭇없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홀쳐 묶어낸 잡생각 꼬리 무는데 사시나무 긴 회초리 귀때기 후려치고 눈앞 아뜩하고 정신마저 혼몽 중인데 밥알 삼키는 목덜미로 아까운 피 다 흘린다 니기미 언놈은 그 아비 그 새끼라고 눈먼 돈 싸다 바치는데 뼈 부서지고 귀 째가며 번 돈 다 어디다 쓰나 죽기까지 써도 써도 못쓰지 싶다
모든 관절 해체되는 저녁 하루도 그리운 식구들 반가운 얼굴 자꾸만 발목 잡아 건너뛰는 징검돌이 마음 같이 미끄러운데 내려가는 산사(山寺) 연기 오르고 부엌으로 나지막한 사람 소리 새어 나오는데 대처 나갔다 들어온 큰스님 새하얀 외제차 지붕 위 새똥 떨어졌다 법어 다칠까 무섭더구먼 씨팔, 내일 비오시면 구들에 불들이고 마누라 안아 볼까나 부추 뜯어 전 부치고 소주나 까 볼까나 산 놈 집 가는 길 땅거미가 친친 서둘러 집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