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by 소인

소리


그녀가 흥얼거렸다.

콸콸 물소리가 나는 계곡의 나뭇가지 사이 어디선가 꾀꼬리 소리가 났다. 일을 할 때 여간해서 말하지 않는 그녀가 노래를 흥얼댔다. 새소리를 들은 게 언제였던가. 마을의 계곡에선 겨울이면 부엉이가 부우 부우 울었고 봄이면 소쩍새가 찾아왔고 피이- 휘파람 소리를 내는 개똥지빠귀가 날아왔다. 새는 울음으로 존재를 나타내 짝을 부르는데 사람은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서불진언(書不盡言) 언불진의(言不盡意)'라는 말이 있다.

"글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라는 뜻이다.과 말은 소통의 중요한 도구에는 틀림이 없지만람마다 그 느낌이 다른 이유는의 경험이 전하는 궤적의 다름에 있다. 그러니 다양성을 인정하고 삶을 폭넓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겠다.


그녀의 흥얼거림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잠시 생각했다. 흥얼거린다는 건 여유로운 상황의 즉흥적 표현일까. 그녀의 상황은 여유롭지도 그렇다고 척박한 현실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모르는 그녀의 형편이 있을 터다. 화석처럼 단단한 그녀의 슬픔을 조금은 헤아린다. 어쨌든 수초 간 내 귀를 간지럽힌 그녀의 목소리는 새처럼 이뻤다. 오페라 가수 조새미나 천상의 목소리라는 신봉옥의 노랫소리보다 잠깐 동안의 그녀의 목소리는 내 가슴을 쿵쿵 뛰게 만들었다. '어디서 꾀꼬리 소리가 나네요'하자 그녀는 겸연쩍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도중 내내 그녀의 노랫소리가 마음을 휘저었다.


더운 여름날 계곡에 갔다.

오래된 사찰이 있는 이름난 산이었는데 삼복더위에 사람들은 바다로 몰려갔는지 조용했다. 그늘을 찾은 새들이 짹짹대는 소리가 들렸고 오솔길의 땡볕은 하늘 아래 드러난 것들은 모조리 태워 없애버릴 듯 강렬하게 내리쏘고 있었다. 큰 바위를 돌아 실개울이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웃통 벗은 나는 땀을 흘리며 돌을 옮겨 물길을 막아 작은 목간통을 만들었다. 맑은 물이 금세 모여 둑을 타고 넘쳐흘렀다. 목만 내놓고 누우니 나무 사이 기름한 하늘이 보였다. 송사리가 다가와 정강이를 툭툭 친다. 땀구멍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찬 계곡 물이었다. 아랫도리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여자가 눈을 크게 뜨더니 배시시 웃는다. '드루와...' 내 말에 부끄러움을 벗어던진 여자가 옷을 훌훌 벗더니 하얀 알몸으로 첨벙! 뛰어든다. 뾰족한 개울 돌이 엉덩이를 찌르는 줄도 모르고 그녀의 무릎을 베개 삼아 가슴을 더듬었다. 내려다보던 여자가 작은 소리를 내더니 눈을 가늘게 감았다.


알몸으로 같이 목욕한 여자다. 장소는 다르지만 다른 여자와도 한여름의 얼음처럼 찬 계곡 물에 함께 들어갔었다.

숲에서 나온 새가 포릉 날아오르더니 계곡 위쪽으로 사라졌다. '새가 몰래 구경하고 있었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산벚나무 이파리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실바람에 출렁대며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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