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를 돌아 내려가는데 인사를 한다. 아차 싶었다. 춘천이면 위쪽으로 끝이 아니다. 한반도의 끝은 압록강을 마주 보는 신의주나 동으로 함경북도 온성쯤 될 거였다. 아이에게 대꾸하는 나의 생각은 삼팔선에 머물러 있었다. 얼마나 강고한 분단 의식인가.
조금 전 아이는 또래 친구와 함께 아빠에게 수평선 너머 가뭇한 부산의 옆구리와 대마도의 정수리를 설명 듣지 않았던가. 아이가 중얼거렸던 이사 벌은 이사부와 서라벌의 기억 조합쯤 되리라. 틀려도 상관없다. 다만 선대의 역사를 기억하는 게 얼마나 기특한가.
아이에 비해 난 초라한 어른의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남북으로 통하는 혈맥은 이념의 가시 철망에 허리부터 갇히고 말았던 거다. 진도에서 제주도로 다시 해류를 타고 오키나와로 갔던 삼별초, 대륙을 호령했던 광개토대왕, 섬에서 태어나 이십 세기 혁명의 전초에 섰던 섬사람 윤일, 지한명, 신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