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대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주의 숲 Oct 01. 2017

<10> 이곳에도 일상이 생기다

- 사람을 만난다는 것

날씨만이 유일하게 불친절한 매력적인 도시 타이페이에 온지도 어언 한 달이 되었다. 시간이 쌓이면 어느 공간에서나 일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루하루 나의 할 일들이 있고, 작더라도 나만이 갖고 있는 하루의 규칙이 있고, 시끄럽거나 번잡하거나 정갈하거나 고요한 순간들이 있는! 


어느 도시던 일상이 생기는 일은 근사한 일이다. 단순히 잠깐 들렀다 떠나는 곳이 아닌, 나의 현실과 추억과 고민과 사랑이 머물렀던 곳이 되는 것이니까. 


사실 일상의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나의 고민과 사랑을 나누고, 현실과 추억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내 하루를 함께 해주거나 혹은 간간히 방문해주는 사람이 생기는 것. 사람 없이는 일상이 생겨날 수가 없다. 


서울이 아닌 어딘가에서 사람이 있는 일상을 구축해나가는 것은 거의 처음있는 일이라 내 일상을 함께 해주는 사람들에게도 더 반응하게 된다. 이 넓은 지구에서, 타이페이라는 도시에서, 다른 국적의 우리가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자꾸 곱씹게 된다.  

 

대만대학교에서 인연을 맺는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을 오르고 내리며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그 마음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유모차를 끄는 엄마, 작은 아이들과 유치원 선생님, 모자를 고쳐쓰는 할아버지. 타이페이에서 이런 순간들을 만날 때마다 어딘가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고장에서 벗어나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말도 안 되게 감사하달까. 아무 연결고리도 없는 우리가, 지구 한복판에서 어떤 모습으로던 서로 만났다는 게 신기하고, 벅차고, 기쁘다. 


일상에서 사람들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신기한데, 사람을 사귄다는 건 더하다! 대만대학교에서 정말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민족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이 내 일상이 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그들을 만나고, 알게 되고, 그들이 내 세계에 들어옴으로서 내 세계는 끝도 없이 넓어지고 풍성해진다. 내 세계가 넓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비디오로 남길 수 있다면 분명 걸작이 될 것이다. 


민족과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비슷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그 사람의 어린 시절, 그 사람이 무서워하는 것, 그 사람의 꿈 같은 것을 나누며 서로 알아가게 된다. 내가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알고 싶어하는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정함 공식이고 하나는 이상한 구석이다. 


어떤 사람이건 그 사람만의 다정함 공식을 알아나가는 건 따뜻하고 행복한 일이다.특히나 그 방식이 독특하고 미묘할 때는 더. 내리쬐는 사막의 태양처럼 직접적이고 무한한 다정함을 퍼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친 햇볕같이 다정함을 건네는 사람도 있다. 어떤 공식이건 그 사람만의 다정한 순간을 만나면 무척 반갑고 행복해진다. 


또 모든 사람은 누구나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 구석이 이상해 보이면 그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고, 그 구석이 나름 귀엽다고 사랑스럽다면 그 사람은 나와 맞는 것이다. 


나는 내 일상을 함께 해주는 이들의 다정함 공식과 이상한 구석을 파악해나가며 행복하게 지내는 중이다. 이곳에서도 나만의 일상이 있고, 그것을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끊임없이 감사해하며. 


일상 1
일상 2
일상 3
일상 4
교복을 입은 타이페이의 아이들 
타이페이의 밤하늘 
해질 무렵 와플집 앞의 풍경
더운 나라의 일상
더운 나라의 일상 2
하늘이 예쁜 나라의 일상


매거진의 이전글 <9> 대만 타이페이 용산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