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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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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의 숲 Oct 07. 2017

<11> 대만 타이중 고미습지 (高美濕地)

- 온통 새로운 것들, 까오메이습지


처음으로 타이페이를 떠나 다른 도시로 왔다. 타이중, 타이페이와는 또 다른 새로움이다.

타이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만날 수 있다는  고미습지, 까오메이 습지로 향했다. 습지를 바라보며 한 시간을 앉아있었다. 좋아하는 가삿말을 가진 노래를 들으며. 갯벌 위로 물이 차오르고, 물결이 바람에 흔들리고, 커다란 바람 소리가 마음을 두들기고, 새들이 바람에 맞섰다가, 바람과 춤췄다가 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바람을 잔뜩 맞았던 어딘가의 바닷가, 브라이튼의 절벽과, 갯벌의 짙은 푸른색과 비슷했던 누군가의 티셔츠 색깔과 이 노래를 들었던 계절을 떠올렸다.

타이중은 처음 보는 도시였다. 언젠가 가봤던 대구 같았다가, 가평 같았다가, 타이페이 같았다가, 과거의 동두천 같았다가. 새로 만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마음 속 사전을 뒤진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연상 작용의 출처가 되어준 내 과거의 기억을 음미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출처가 되어줄 이 순간을 음미한다. 먼 훗날 어떤 바람을 만나면 까오메이의 바람같다고 생각하게 될 거다. 그 때 그 습지 위의 새처럼 해방된 것 같다고 혹은 무거운 것 같다고 표현하게 될 거다.

참고문헌이 늘어난다. 온통 새로운 것들이다. 어딘가 비슷하고 어딘가 알고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것들. 새로운 시간이 쌓인다. 기억의 결이 축적된다. 마음은 또 하나의 추억의 우물을 만들었다. 힘이 들 때 물을 길 수 있는 우물이 되어줄 내 온통 새로운 시간들.

까오메이에서 나와 버스에 오른다. 옷에서 여전히 바람냄새가 난다. 내가 만난 시공간의 온통 새로운 단어를 빌려다가 오늘도 글을 써야지, 온통 새로운 모든 것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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