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호르몬-공간 그리고 신경건축학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이제 단순한 직관이나 감각의 영역을 넘어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과학적 탐구들은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이라는 학제 간 융합 분야를 통해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경건축학은 뇌과학, 심리학, 생리학 등의 인지 및 생리 과학과 건축학을 결합하여, 공간이 인간의 신경계와 생리적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최근의 연구들은 공간 자극이 뇌의 활동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호르몬 분비와 감정, 행동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그동안 막역하게 느껴졌던 감정과 공간 사이의 연결고리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경험을 하였고,
그로 인해 신경건축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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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간이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한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였다.
과거 내가 겪었던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특정한 공간에서 더욱 심해지거나,
반대로 특정 공간에서는 명확하게 진정되고 편안해졌다는 기억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저 막연히 환경의 영향으로 여겼지만,
후에 신경건축학의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그런 감정들이 뇌와 호르몬의 작용을 통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에서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신뢰감과 친밀감, 정서적 연결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는 공간에서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증가하고, 사회적 스트레스는 감소한다.
따라서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는 공간은 집이나 휴식 공간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곳에서 발견된다.
반면, 어둡고 폐쇄적이며 소음이 많은 공간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
코르티솔은 위협이나 불안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단기적으로는 생존에 도움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사실은 많은 현대 도시인들이 왜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접하면서, 내가 설계자로서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미적 요소와 기능적 측면에서 공간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공간이 신경생리학적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게 되었다.
특히 자연광과 식물 등 자연 요소가 포함된 공간에서 나타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증가에 주목했다.
세로토닌은 우리 기분의 안정과 행복감을 조율하는 호르몬으로,
일상에서 흔히 우울감을 느끼거나 불안이 심한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동기와 보상감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목표를 달성할 때 분비된다.
자연 요소가 풍부한 공간에서는 이러한 호르몬들이 더 활발히 작용해
감정적 안정과 긍정적 에너지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내가 지향하는 공간 디자인 철학과 일치했다.
신경건축학의 원리를 실제 설계에 적용하기 위해,
최근 나는 공간을 경험할 때의 사람들의 뇌파와 생리적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뇌파는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공간 경험 시 뇌파의 변화는
그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심리적, 생리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생리적 반응 또한 스트레스와 안정감 등 내면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다.
이를 통해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설계된 공간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머무르는 장소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주거공간, 사무공간, 병원, 공공시설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공간들이 단순한 기능 수행의 장소가 아니라,
신경학적이고 호르몬적 작용을 통해 사람들의 회복과 성장을 돕는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
공간은 그 자체로 뇌와 호르몬의 작용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런 개념과 접근이 더욱 보편적으로 공유된다면,
우리 사회의 공간 설계는 단순히 건축학적 아름다움이나 효율성만을 목표로 하는 것을 넘어,
신경과 호르몬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은 더 이상 수동적인 배경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인간의 내적 상태를 변화시키고 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공간을 통해 뇌와 호르몬, 감정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Forestus 한 문장:
"공간은 뇌를 자극하고, 호르몬을 움직이며, 회복을 이끄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