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가장 가까운 회복공간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된 회복

by Forestus

집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일상을 회복하고, 감정을 정리하며,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쉽게 방치하고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공간 또한 집이다.


독립 전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집은 넓고 단정했다.

전망(뷰, View)을 중시하던 부모님 덕분에 언제나 거실 창 밖은 시원하게 트여 있었고, 멀리 인천 앞바다가 보였다.

그렇게 일평생 답답할 일 없이, 오히려 집 안에 들어서면 탁 트이는 기분으로 살아왔다.

넓고 깨끗한 거실과, 바다를 배경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하루를 마무리했던 그 집은 나에게 안정감을 제공했다.


하지만 독립을 하며 살게 된 오피스텔에서의 삶은 이전과 크게 달랐다.

취업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인천-서울 왕복 4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하며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 독립을 결정했고 살인적인 서울 물가에 내가 살 수 있는 공간은 6~7평 남짓의 공간에 부엌, 거실, 침실이 한데 모여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생활공간이 협소한 것도 문제였지만, 창밖은 탁 막힌 콘크리트의 회색 벽뿐이었다.

집은 단지 숙박을 해결하기 위한 공간일 뿐, 어떤 정서적 위안도 주지 못했다.

휴식은커녕 오히려 집에 돌아왔을 때, 답답함이 느껴졌고, 공간은 나를 보호하기보다는 가두는 느낌이 강했다.

대도시의 소음과 생활의 잡음이 끊임없이 침투했고, 문밖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복도에서 대화하는 이웃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외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외부의 스트레스가 연장되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집에서조차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점점 더 작은 공간에 나를 가두는 느낌이 들어 창문마저 닫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을 느꼈을 때 처음으로 숨을 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선한 공기가 답답한 공간에 스며들면서 비로소 아주 작은 변화로부터 회복이 시작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을 계기로 나는 내 집 안에서의 공간과 나와의 관계를 다시금 바라보기 시작했다.

공간에서 회복이 이루어지려면 특별한 구조나 넓은 면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일상 속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내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들의 감각을 섬세하게 조정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큰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집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들로 집 안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조명을 바꾸는 일이었다.

침실의 밝고 차가운 형광등 대신, 따뜻한 빛을 내는 간접조명을 설치했다.

노란빛이 은은하게 침실을 감싸자, 공간은 단순히 잠을 자기 위한 장소에서 마음을 편안히 쉬게 하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다음으로는 집안에 은은한 향을 채웠다. 편안한 라벤더 향이 번지며 마치 작은 정원에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사소한 변화들은 곧바로 나의 일상에 반영되어, 점차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되찾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음향도 중요했다. 도시의 소음이 침투하는 것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집안에 차분한 음악을 흐르게 함으로써 공간의 음향 환경을 제어했다.

클래식이나 자연의 소리를 담은 음악을 틀어두면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나만의 작은 세계가 형성됐다.

공간의 소리를 통제하는 것은 곧 내 마음의 리듬을 다시 정돈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작은 시도들을 거듭하면서, 집과 나 사이의 관계는 점점 회복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무거웠던 공간이 점차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공간을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유도한 결과였다.



또 다른 중요한 전략은, 집안에서의 일상적인 동선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작은 오피스텔이지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선을 배치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두고,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명확히 구분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집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도 있었다.

더 나아가, 감정적 회복을 위한 공간도 특별히 마련했다.


작은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 책 한 권과 따뜻한 차 한 잔을 위한 작은 코너는 하루의 피로를 풀고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루 동안 축적된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이 작은 구석은,

결국 나의 정신적 안정을 지켜주는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이제 나는 집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서 필요한 충분함을 찾아냈다.



중요한 것은 집의 구조나 크기가 아니라, 내가 공간과 맺고 있는 관계와 인식이었다.


..


공간의 감각과 환경을 세심히 돌보고,

나의 감정과 일상을 섬세하게 조정하면서,

결국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진정한 회복을 경험할 수 있었다.







Forestus 한 문장:


"회복은 집이라는 가장 가까운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그림출처: https://pin.it/1OvjwB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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