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교육을 시켰다
오늘 추석 연휴를 맞이해서 영화 사도를 온 가족이 보고 왔습니다
몸도 많이 안 좋고 이리저리 너무 피곤한 나머지 친정도 안 가고 말았네요
요즘 저의 지론은 내가 있고 가족도 있는것이다라서.
참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살고 봐야 다른 사람들도
돌아볼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올 추석 연휴는 그냥 집에서 진짜 푹 쉬고 컨디션 조절을
그래도 너무 집에만 있기엔 뭐해서 요즘 재미있다는 영화 사도를 보고 왔습니다
제가 워낙 사극을 좋아해서.,
영화는 평가대로 괜찮았지만 엔딩 부분이 참 아니다 싶더군요
특히 문근영 씨 분장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어서 사도세자의 죽음 부분에서
엔딩을 맺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 집 똥똥이도 엔딩 부분을 아쉬워하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나도 아니 이나라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왕세자 교육을 시키는 건 아닌가 하고요
세자로 책봉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생각이나 개성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온통 왕실법도에 맞추어서 , 오로지 짜 맞추어진 틀 안에서 지내야 하는 삶
원자로 태어나 원자라 불리고 , 세자가 되면 세자가 되고'
임금이 되면 주상전하로 불리고 자신의 이름이 사라져 버리고
드라마 이산에서 산이라 불러달라던 장면도 기억나고 , 장희빈에서 명성왕후가 했던
대사가 생각나더군요(난 빈궁이었고 중전이었고 대비인 것을요)라는
여자들은 결혼하는 순간 이름이 사라지듯이 조선왕실의 사람들도 참 이름 없이 살았네요
뭐하나 자기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왕세자의 삶
오로지 공부 공부..................., 사도에서 아버지 영조가 멍멍이 그림 그리는
세자의 모습에 실망을 했다는 장면
그리고 조금이라도 암기에서 틀리면 불통을 외치고 ,
자신의 뜻대로 조정을 이끌어보려고 하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못마땅하고
그저 오로지 부왕 자신의 뜻대로 세자가 지내 주기만을 강요하고
자신이 그린 밑바탕 안에서 자라주기만 바란 모습들.......
이건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요?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들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새벽에 졸음을 참아가면서 겨우겨우 일어나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고 , 말문도 떼기 전에 공부를 가르치고
사도를 보면서 개성이나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로봇형 인간을 저는 보았고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왕세자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역시 2살 때부터 아이에게 학습지를 시키고 , 5살부터 영어를 가르쳤고
오로지 공부만이 인생의 전부인 양 , 그리고 오로지 내가 짜 놓은 인생 틀에서
벗어나질 않도록 강요를 했으니까요.
저 역시 우리 집 똥똥에게 사도세자의 삶을 강요했던 거였습니다
가만 보면 콤플렉스 있는 임금들이 자식들에게 가혹했던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서 죽인 영조 (생모의 미천한 신분)
광해군을 무던히나 미워한 선조(조선 최초의 서자 출신의 왕)
아들과 며느리 심지어 손자까지 죽인 인조(역시 선조의 서손)
자신들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왕들은 오히려 자식들에게 혹독했던 거 같습니다
저도 제가 개인적으로 가진 분노와 원한이 내 아들을 더욱더 혹독하게 대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변명 좀 하자면 저만 이런 게 아니라.
이나라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뿌리 깊은 부모님들의 못 배운 恨부터 시작된 지도요
너무 가난하고 못 먹고 못 배웠던 그 시절 어른들은 자식들만은 가르쳐야 된다는 일념
그 일념 하나로 일하셨고 , 그리고 공부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대했죠
또한 당신 자신들이 못 배운 그 한 서림을 풀기 위한 대리만족으로 자식들 공부에
매달린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내려온 뿌리 깊은 공부 열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남의 나라인 한자를 달달 외웠고
지금 현재는 남의 나라 언어인 영어에 미쳐있고, 이젠 중국어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한자를 가르치겠다는 뭐 그런 계획도 세운다던데
지금은 조선시대도 아니고 또 우리 아이들 모두가 왕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젠 아이들 개성을 찾아주는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조성을 했음 합니다
그렇게 하기엔 우리 부모들의 끝없는 욕심과 자식들을 왕좌에 올리고 싶은
그 욕심을 버려야만 하겠지요.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은 지금 현실에서도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부모들의 뜻대로 자라지 않은 자식들의 숨을 결국 옥죄어버리는 일
뒤주에 자식을 가두는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려놓기 참 쉽지가 않습니다
이번 달 모의고사에서 영어를 좀 많이 못 친 우리 집 똥똥을 저 역시 다그쳤으니까요
그날 몸이 안 좋았다고 감기 기운이 있었다고 해명을 하는 아이의 말을 저는
"변명하지 마"로 일축했으니까요............ 참 저는 불량엄마에서 벗어나기
불가능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