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안의 자식
어느새 다 자라 버린 똥똥이를 바라보는 제 심정이 참 복잡다단하네요
갓 태어났을 때는 언제 걷고 언제 뛸까? 기저귀는 언제 안 할까? 등등
이런 생각을 했는 데 , 문득 고개를 들고 아이를 바라보니 저보다 훌쩍 자라서 제 눈높이에 있네요
제가 무릎을 낮추던 그 시절이 바로 어제 같은 데 , 이젠 아이가 무릎을 낮추네요
시간이 참 너무 빠르네요
부모만이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아니라 아이들도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자라 버리네요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딱입니다.
이젠 제 품을 완전히 떠나려고 날개를 조금씩 조금씩 펴고 있네요
놓아야지 놓아야지 하면서 늘 " 우리 집 똥똥이는 며느리 꺼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 데
막상 날갯짓을 시작하는 순간순간들을 보면 진짜 완전히 제 품을 떠나는 거 같아
약간이 아니라 좀 많이 섭섭해지는 기분이 드네요
왜 많은 어머니들이 아들 딸 시집 장가보내고 뺏긴 기분이 든다고 하는 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갑니다.
다음 주면 똥똥이가 겨울방학을 합니다.
이제 벌써 고2 맞이 방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3의 길목이네요 ~~ 예비고 3 ㅇ,ㅇ,ㅡ
방학을 하고 친구들 몇몇이랑 서울로 놀러 간다고 하네요
그런데 당일이 아닌 2박 3일로 놀러 간다고 합니다., 여름방학 때 친구들이랑 못해서 아쉬웠다나요
문제는 당일도 아닌 2박 3일이나 놀러 가면서 의논 한마디 없이 제멋대로 정해놓고
"엄마 나 이번 겨울방학 때 친구들이랑 서울 놀러 갔다 올게,
여행경비는 내 통장에서 빼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러더군요
세상에~~ 만상에나.
이젠 허락 따윈 필요 없어 난 가고 싶으면 가는 거야!! 이 모드네요.
속은 또 섭섭해도 쿨한 엄마인척 , 신세대 엄마인 척하면서 "그래 잘 다녀와라" 했습니다
말은 그리했지만 이젠 서서히 내 품안을 완전히 벗어나서 의사결정을 하는 아들을 보면
오만가지의 복잡다단한 생각이 들더군요
아~~ 경제권을 주는 게 아니었나?
저희 집은 어릴 적부터 니돈은 니돈 내 돈은 내 돈이다 이 주의로 아이 교육을 시켜왔습니다.
좋은 교육법인지는 모르겠지만 , 어릴 적 제 기억 속에서 엄마의 교육법 중에서 싫었던 걸
좀 보완해서 저 나름으로 원칙을 세웠지요
내 아이가 받는 용돈은 내 아이 꺼다!!!
그래서 똥똥이가 받는 모든 용돈들 , 똥똥이 뭐해주라고 들어오는 모든 돈
똥똥이 뭐해주라고 들어온 돈은 해주고 남는 돈은 통장에 넣어주고
똥똥이가 받는 돈은 모두 통장에 넣어주고 십 원짜리 한 장 제 맘대로 사용하지 않았지요
만약 똥똥이에게 돈을 빌리게 되면 반드시 갚아주는 식으로 그렇게 돈에 대한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 결과물은 오늘날 "여행경비는 내 통장에서 빼갈 거야"로 나타났지만요
경제력이 있어서 그런지 당당하게 그냥 통보를 해버 리더군요.. 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똥똥이에게 돈에 대한 관념을 제대로 가르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이가 상당히 검소합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마음이 싱숭생숭하여서 회사에 가서 언니들에게 말했지요
"아들래미 때끼 가요~~...."이러면서 전후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들 이젠 시집 장가를 보낸분이라 그런지
한결같이
"야, 그럼 이제 고1인데 부모 말 들을 거 같냐? 놓아라!! 그래야 속편 하지" 이러시더군요들
제 동생은 미혼인데 "이야~~ 갸가 이젠 진짜 고등학생 같네, 늘 유치원 같더니" 이러더군요
결론은 엄마인 저 혼자 자식을 품안에만 품고 살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놓아야지 , 남의 남자 될 눔이 다를 입으로 연발하면서 속으로는 한걸음도 딛지 못했나 보더군요
날갯짓을 시작한 똥똥이., 이젠 더 이상 제 품안의 자식이 아니네요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의 자식놓기도 걸음마를 시작해야 될 단계가 있나 봅니다., 그래야만 나중에 진짜 덜 아플테니까요
저는 이제 서서히 자식놓아주기 걸음마를 시작하려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