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렸네요
어제는 우리 집 똥똥이의 보약을 지으러 한의원을 다녀왔습니다
아이가 공부에 지쳐서 체력이 달리는지 보약 좀 해달라고 하더군요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서 밤 10시 30분이나 되어야 돌아오니
제가 정말로 열심히 공부를 해서 이 나라의 교육 현실을 바꿔야만 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로서 너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리 집 똥똥이를 1살 때부터 보아오신 한의사 선생님이 계시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분이 건강상 이유로 한의원을 접어 버려서 너무 아쉬워했죠
마침 다른 동네에서 새로 개원하셨다고 문자가 왔더라고요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 안 그래도 어디 가서 약을 짓나 고민 중이었는데
신랑과 저 모두 너무 잘되었다고
당연히 선생님이 새로 개원하신 한의원을 가야지 서로 의기투합
저희가 사는 동네랑 많이 멀긴 했지만 그래도 자그마치 16년이나 똥똥을 보신 선생님이니까요
그리고 또 어찌나 꼼꼼하고 자세히 잘 보아주시는지 갈 때마다 참 마음이 푸근하고 좋았지요
선생님과의 첫 인연은 똥똥이가 보행기를 타다가 뒤로 넘어진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로 육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일 때라서
아이가 밤새도록 울고 또 울고 늘 울던 아이이긴 했으나 자지르지듯이 울더군요
저희는 어디 머리가 잘못되었나 걱정까지 되었지요 ,그래서 정형외과를 달려가서
X레이 촬영하고 다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로 나오더군요
아무리 검사해도 이상은 없고 아이는 자꾸만 얼굴이 노래져서 넘어가고 거의 미치고 팔짝 뛸 경지에
옆집의 할머니께서 아이가 아무래도 경기를 일으킨 거 같다면서 한의원을 가라고 권하시더군요
그때 마침 개원한 한의원이 있어서 달려갔더니 아이가 경기를 일으킨 거라고 , 손가락을 따주시더군요
이리저리 처방을 해주고 약을 주시더군요 ,
그렇게 진료를 받고 나왔더니 똥똥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글방글
너무 신기하고 정말로 신기했던 경험이었는데요
그 후로 우리 집은 똥똥이가 아프면 한의원을 갔고 , 아이도 한약에 몸에 받는지 잘 낫더군요
정말로 몸이 약할 데로 약한 아이라 선생님도 볼 때마다
"아이고.. 이렇게 약해" 하고 걱정했을 정도랍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16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데
"널 보니까 세월이 흐르긴 흘렸구나"
원장실에 들어가니까 선생님이 어찌나 저희들을 보면서 반가워해주시던 지
저도 너무 반갑고 좋더라고요.
우리 똥똥이가 자라는 모습을 함께 봐주신 선생님이니까요
그 꼬물꼬물 하던 넘이 이제는 선생님보다 훌쩍 키도 더 크고 완전 청년이 다 된 모습에 선생님께서
세월이 흘렸구나 하면서 감회에 젖는 모습에 참 저도 세월이 흐른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땐 젊으셨는데.. 어제는 이젠 흰머리도 보이시고
우리 집 똥똥이 자란 세월만큼 시간이 많이 가버렸네요
17년째 이어 온 인연의 끈.
그 인연의 끈 덕분인지 우리 집 똥똥이 그 약골이 이젠 제법 몸 도나고 그렇네요
선생님의 정말로 아이 잘 키웠다는 그 말씀 엄마로서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세상 어느 엄마가 아이 잘 키웠다는 소리에 기분 안 좋은 엄마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