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모든 인연은 악연이 없어....
정말로 오랜만에 글을 적어보네요
요즘 생산직들에겐 흔한 잔업에 특근까지 한다고 몸고생 마음고생이 장하네요
늘 속은 아프고 약은 계속해서 먹고.
위랑 대장내시경까지 다했을 정도였답니다, 저는 그래도 오래 살 운명이었나 보더라고요
대장내시경 결과 선종을 하나 제거했네요 ^ ^*
선종은 암이 되기 전의 세포라고 하더군요, 흐미 신랑이랑 저랑 둘 다 놀랐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처음에는 단순히 용종일 거라고 말씀하셨는 데 조직검사 결과 선종이라서
서로 놀랐습니다 , 제 나이에는 흔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군요 어찌 되었든 제거했으니
다행히 암이 되기까지 5년~10년 걸리는 세포였습니다ㅡ, 흠 그래도 이게 언제 생긴 건지?
이렇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일찍이 발견하고 제거했으니 괜찮네요
2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이온음료 맛 나는 약을 마시면서 대장내시경을 해야 한다는 게 끔찍하지만
미리미리 발견된 건 너무 다행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답니다.
그렇지만 자꾸만 찾아오는 스트레스에 제 장이 제대로운동을 못하고 계속해서 꼬이고
장트러블이 생기면서 문제를 일으키네요, 그래서 약을 어쩔 수 없이 먹고 있는 데 너무 힘드네요
약 먹으면서 음식 조절하고 하루 10시간 일하고 , 또 토요일 특근까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고
그래서인지 제가 집에서 자꾸만 회사에서 안 좋았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 험담을 했네요
창피하지만 나도 모르게 제일 싫어하는 뒷담화를 한 게 된 거죠
금요일에는 회사에서 어떤 언니랑 약간 안 좋은 일이 있었고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크게 잘못했나? 싶을 정도로 자존심 상하게 혼이 난 일이 있었답니다.
허리도 너무 아프고 해서 제대로 걸어 다니질 못하는 데 , 제뒤에서 언니가 "비켜~꾸물꾸물 거리고 그래"
이러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짜증 나서 발로 차는 시늉을 해버렸지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언니가 "진짜로 차 버려 하더군요" 그 소리를 들은 상대방 언니가 정색을 하면서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진심이었다면요?"했죠
그랬더니 "너 말조심해" 이러더군요... 그래서 "네, 언니"하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아주 친하게 지내던 언니였고 가벼운 장난 정도는 서로 주고받던 사이였는 데 어이없더군요
그래도 내가 동생이고 해서 점심시간에 제대로 사과를 했더니 " 사과 타이밍을 놓친 거니... 뭐니"하면서
사람들 있는데서 핸드폰으로 샷 대질하면서 저한테 화를 내더군요 순간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는 생각 들고 그래서 눈물도 핑 돌더군요, 몸도 아프고 그런데 뭘 그렇게 크게 잘못했다고
내가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핑 돌았지만 억지로 참고 일을 했답니다.
평소에는 매일 웃고 다니는 언니이고 엄청 쿨하게 행동을 합니다, 누가 뭐라든 괜찮아
상사들에게 혼나도 웃고 말던 사람이 순간 제가 욱해서 말실수 좀 했다고 그렇게까지 나오는 게
너무 황당했을 정도였습니다., 저한테는 그보다 더한 장난을 치고 다니던 사람이 말입니다.
남이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 스였는지 평소에 그 쿨한 척 한 태도들은 모두 가식이었는지?
여하튼 뒤끝 작렬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저녁시간에 밥을 먹는 데 우린 줄이 두 줄로 서는 데 , 반대편 사람이 수저를 놓아주곤 하지요
그런데 저랑 트러블 있던 언니가 저한테 수저를 놓아줘야 될 상황이 되니까 그냥 가도 될걸 휙 던지더군요
순간 열이 제대로 받아서 저녁 굶고 일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회사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막 억울하다고 진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하면서
열을 내는 데 똥똥이가 하교를 했지요.
똥똥이가 하교를 하든 말든 저는 제 성질과 화를 다스리기에 바빠서 그냥 전화를 계속했는 데
전화를 끓고 똥똥이에게 이야기를 걸었더니 똥똥이가 기분이 아주 안 좋더군요
그래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싶어서 걱정이 되어서 물었는 데 , 아니라고만 하더군요
정말로 열이 제대로 받은 하루라서 "너까지 엄마 건드리지 마, 오늘 엄마 진짜 받았으니까"라고
성질을 부렸더니 방문을 열고 나와서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데?" 이러더군요
그래서 "그냥 회사 언니랑 좀 안 좋았고, 사회생활하면 이런 일 허다해"했죠
저는 제 걱정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듯하더군요, 똥똥이의 표정이 진짜 화가 났고 뭔가 저한테 많이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게
그래서 뭐냐고? 엄마에게 할 말 있음 하라고 정말로 둘이 또 팽팽하게 맞서 싸웠지요.
한참 화를 삭이고 씩씩대던 똥똥이가 말을 하는 데 뜻밖의 말을 하는 겁니다
"엄마 왜 자꾸 뒷담화 해? 이 세상에 모든 인연은 악연이란 없어" 이러더군요
순간 멍해지면서 내가 뭔 뒷담화를 했나 싶고 억울해지더군요, 그래도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겠기에
말도 멋지고 해서..............
둘이 음료수 한잔씩 하면서 똥똥이는 세수한 번하고 좀 화를 삭이고 그렇게 마주 앉았습니다.
똥똥이가 그러더군요 "오늘 학교 마치고 오면서 , 화요일 우리 제주도로 놀러 갈 생각에 기분 좋게 왔는 데
엄마가 또 다른 사람 험담을 하는 이야기를 듣고 진짜 기분이 나빠졌다고....,
엄마 요즘 맨날 다른 사람 욕해. 해당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뒤에서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고 뒷담화야." 이러는 데 솔직히 얼굴을 못 들겠더군요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라고 진심 어리게 사과를 했답니다
"다시는 안 할 건 없고 좀 줄여" 이러더군요.
그래도 그날 당한 일은 너무 억울해서 똥똥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더니 "그건 엄마가 처신 잘했어"
이러더군요.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끝냈지만 궁금해지더군요
그럼 이 복수를 어떻게 해야 되나? 참아야 되나? 싶어서 물었보았죠" 그럼 똥똥아 엄마가 참아?"
"그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해?".........."일단 계속 유치하게 대응하면 똑같은 사람 되니까 큰 건 하나를 잡아서 복수해"
이러더군요.
"그런데 똥똥아 이 세상에 모든 인연은 악연이 없다는 말 어디에 있는 말이야?"라고 물었더니
"그냥 내가 한 말인데 " 이러더군요. 순간 제 아들이지만 너무나도 멋진 말을 한 모습에 존경심이 생기더군요
평소에 많은 책을 읽는 아이라서 그런지 생각이 참 깊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훌쩍 자라 버렸네요
하기야 민증 만들라고., 공지가 날아왔을 나이니까 어른인가요?
어른이라도 어른 값을 해야 어른이겠지만요
올해 고2 아들의 너무나도 멋진 말은 부처님의 말씀 같기도 하고 옛 성현들의 말 같기도 하고 그래서
"너 너무 멋지다" 라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었더니 똥똥이가 웃더군요.
우리 모자의 일촉즉발의 상황은 그렇게 매듭지어졌고 , 저도 제 짜증과 나도 모르게 남 험담하는 버릇에
브레이크가 작동되었답니다.
"엄마에게 평소에 불만있었고 엄마의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으면 즉각 이야기를 해.
엄마도 책 좀 읽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우린 그렇게 대화로 갈등을 풀었답니다.
오늘이 아니라 어제군요 시간상 토요일날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주었더니
진짜 아들 잘 키웠네 하는 소리 들었습니다., 행복해지더군요
매일매일 하는 잔업과 일요일 하루밖에 안 쉬는 강행군속에서 저는 제가 일해야 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진짜 이 세상 모든 인연에는 악연이 없다는 똥똥이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고 살고자 합니다.
이 불량 엄마는 아들에게 제대로 한 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