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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love May 01. 2017

불량 엄마_58

내 욕심이고  자랑하고 싶었던 거다

똥똥이가  일요일 토익시험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몸이  너무 아파서 , 감기몸살이  심하게 와서  토익을 못 치고 말았습니다.

아마  혼자서  생전 처음  집에서 지내는 동안  온 긴장감이 풀리고 그러면서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원했습니다

똥똥이가  토익을 치러가기를   잘 나오든 못 나오든  경험 삼아 가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속내는  제 욕심이  크게 자리 잡았던 거 같습니다.

자랑하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 집 똥똥이  토익 쳤다!!라고 , "나  좀 쉬자" 라던  똥똥의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강요했습니다

그러면서 화까지 내었지요 "중3 때도 속 썩이더니 , 고 3 때도 속썩인다고 무슨 3만 들어가면 난리냐고"

역정  역정을  아주  심하게 내고 말았지요.

저도  모르게  나온  짜증과  욱 , 그리고  이미  돈까지 지불했다는 사실과 자랑을 못한다는 아쉬움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아이의 몸상태보다는   제욕심을  먼저 앞세우고 말았습니다.

그깟  토익이 뭐라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고3인데  토익 치고 왔다고 , 아니   그냥   강한  정신력으로 아파도 시험 치고 와주길 바란 건지 모릅니다

그래서  성질부리고 짜증내고  그동안  꾹꾹 눌러온  불만들을   토해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똥똥의  성적에  내색 안 하고  삭이고 삭이던  섭섭함과 짜증들을  모다  토해낸 건지도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아무리 이해해보고자  노력을 해도   저는  아직도   훌륭한 엄마는 아니네요.

병원 다녀온 아이랑 말도 섞지 않고   오전을 보내버렸습니다, 약 먹고  오전 내내 잠들었던 똥똥이

한숨  푹 자고 일어나더니 몸이 좀 개운한지   "엄마~~"하면서 말을 걸어오더군요

허나  제 성질머리는  여전히   골질 중이라서  "나 아직 안 풀렸다"하면서 찬바람을 씽씽 날렸지요

그러면서도  은근히  걱정되는  엄마 마음  "몸은 좀 괜찮아?"라고  물어보면서 화해 모드를 조성했지요



고3이면  더욱더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져야만 한다고 믿는 저에게  이번 똥똥의 일은 실망스러웠고

정신력에서  진 것만 같았고 , 엄마에게서  자랑거리를 뺏어간 아이가 미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더군요 , 저 때문에  똥똥이가 아픈 거다라는 걸요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혼자 해낼 일이 많은 아이라서  이런 일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욕심이 나네요


저녁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약 먹고  푹 쉬어서 그런지  컨디션이 돌아온 똥똥이가 

특유의 애교 섞인  말투로  자랑을 하더군요

자신이 숨바꼭질에  재능이 있었다면서.. 체육대회날  15 vs 15로 나누어서  숨바꼭질을 했는 데 이기는 팀은

토요일 학교 안 와도 되는 내기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이 찾는 재주는 없었는 데  숨는 재주는 있었다고

 "15명 중에  3명 살아남았는 데 내가 살아남았다" 면서 자랑을 하더군요 

그 비결이 뭔데라고 물었더니 "다른 반에 갔더니  아이들이 자고 있길래  나도 앉아서 같이 자는 척했다"

웃기면서 슬프더군요., 아이들이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 즐거운 체육대회 날 모다  쓰러져 잔 건지

그 아이들 틈에서  자는 척해서  안 들킨  우리 똥똥이의  총명함보다는  전 그 쓰러져 잠든 아이들이 밝히면서

똥똥이가 했던 "나 좀 쉬자"라던 말의 의미를 알겠더군요.

저도   몸이 아프고 힘들 때마다 "나 좀 쉬자"를 입에 달고 살았는 데 , 역지사지를 생각 못했네요

무슨 이런 엄마가 다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보내오는  신호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을요.

내가  내 아이의  힘듦이라는 신호를  무시하고 GO만 외친다면 결국 쓰러지는 건 내 아이라는 걸.

그 전 날 빨래 너는 걸 도와주면서 " 엄마 나 토익 안치러 가면 안 돼?"라고 물어보던 아이의 말을 

"왜"하면서  그 신호를  살펴보았어야 했는 데.,   못난 엄마라서 그런지  아직은  욕심이  제 눈을 가려  

내 아이가  보낸  휴식 신호를  무시를 했던 겁니다.


엄마의 욕심에  결국 쓰러지는 건 내 아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 참고로   토익 시험 응시료는  똥똥의 용돈을 한달 안주는 걸로  해결했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공짜는 없으니까요 , 제가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계산은 계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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