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심이고 자랑하고 싶었던 거다
똥똥이가 일요일 토익시험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몸이 너무 아파서 , 감기몸살이 심하게 와서 토익을 못 치고 말았습니다.
아마 혼자서 생전 처음 집에서 지내는 동안 온 긴장감이 풀리고 그러면서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원했습니다
똥똥이가 토익을 치러가기를 잘 나오든 못 나오든 경험 삼아 가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속내는 제 욕심이 크게 자리 잡았던 거 같습니다.
자랑하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 집 똥똥이 토익 쳤다!!라고 , "나 좀 쉬자" 라던 똥똥의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강요했습니다
그러면서 화까지 내었지요 "중3 때도 속 썩이더니 , 고 3 때도 속썩인다고 무슨 3만 들어가면 난리냐고"
역정 역정을 아주 심하게 내고 말았지요.
저도 모르게 나온 짜증과 욱 , 그리고 이미 돈까지 지불했다는 사실과 자랑을 못한다는 아쉬움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아이의 몸상태보다는 제욕심을 먼저 앞세우고 말았습니다.
그깟 토익이 뭐라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고3인데 토익 치고 왔다고 , 아니 그냥 강한 정신력으로 아파도 시험 치고 와주길 바란 건지 모릅니다
그래서 성질부리고 짜증내고 그동안 꾹꾹 눌러온 불만들을 토해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똥똥의 성적에 내색 안 하고 삭이고 삭이던 섭섭함과 짜증들을 모다 토해낸 건지도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아무리 이해해보고자 노력을 해도 저는 아직도 훌륭한 엄마는 아니네요.
병원 다녀온 아이랑 말도 섞지 않고 오전을 보내버렸습니다, 약 먹고 오전 내내 잠들었던 똥똥이
한숨 푹 자고 일어나더니 몸이 좀 개운한지 "엄마~~"하면서 말을 걸어오더군요
허나 제 성질머리는 여전히 골질 중이라서 "나 아직 안 풀렸다"하면서 찬바람을 씽씽 날렸지요
그러면서도 은근히 걱정되는 엄마 마음 "몸은 좀 괜찮아?"라고 물어보면서 화해 모드를 조성했지요
고3이면 더욱더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져야만 한다고 믿는 저에게 이번 똥똥의 일은 실망스러웠고
정신력에서 진 것만 같았고 , 엄마에게서 자랑거리를 뺏어간 아이가 미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더군요 , 저 때문에 똥똥이가 아픈 거다라는 걸요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혼자 해낼 일이 많은 아이라서 이런 일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욕심이 나네요
저녁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약 먹고 푹 쉬어서 그런지 컨디션이 돌아온 똥똥이가
특유의 애교 섞인 말투로 자랑을 하더군요
자신이 숨바꼭질에 재능이 있었다면서.. 체육대회날 15 vs 15로 나누어서 숨바꼭질을 했는 데 이기는 팀은
토요일 학교 안 와도 되는 내기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이 찾는 재주는 없었는 데 숨는 재주는 있었다고
"15명 중에 3명 살아남았는 데 내가 살아남았다" 면서 자랑을 하더군요
그 비결이 뭔데라고 물었더니 "다른 반에 갔더니 아이들이 자고 있길래 나도 앉아서 같이 자는 척했다"
웃기면서 슬프더군요., 아이들이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 즐거운 체육대회 날 모다 쓰러져 잔 건지
그 아이들 틈에서 자는 척해서 안 들킨 우리 똥똥이의 총명함보다는 전 그 쓰러져 잠든 아이들이 밝히면서
똥똥이가 했던 "나 좀 쉬자"라던 말의 의미를 알겠더군요.
저도 몸이 아프고 힘들 때마다 "나 좀 쉬자"를 입에 달고 살았는 데 , 역지사지를 생각 못했네요
무슨 이런 엄마가 다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보내오는 신호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을요.
내가 내 아이의 힘듦이라는 신호를 무시하고 GO만 외친다면 결국 쓰러지는 건 내 아이라는 걸.
그 전 날 빨래 너는 걸 도와주면서 " 엄마 나 토익 안치러 가면 안 돼?"라고 물어보던 아이의 말을
"왜"하면서 그 신호를 살펴보았어야 했는 데., 못난 엄마라서 그런지 아직은 욕심이 제 눈을 가려
내 아이가 보낸 휴식 신호를 무시를 했던 겁니다.
엄마의 욕심에 결국 쓰러지는 건 내 아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 참고로 토익 시험 응시료는 똥똥의 용돈을 한달 안주는 걸로 해결했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공짜는 없으니까요 , 제가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계산은 계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