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바닥에 흩어진 블럭 조각을 쓸어 담고

소파 밑에 숨은 그림책을 꺼내 꽂고

끈적이는 식탁을 말끔히 닦아내면

아주 잠시, 세상에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허리 한번 펴고,

목 한번 돌리고,

물을 마시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그 순간.


정리하고 돌아서면

다시 어지러져 있고,

정리하고 돌아서면

다시 쏟아져 있구나.


나의 한 시간과 너의 1초가 맞바꾼 풍경.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오늘도 나의 청소는

의미를 잃어버리는구나.

이전 08화이제야 보인다.